[아침을 열면서] 왕진 가방 든 의사를 본 적이 있습니까

경기일보 2023. 3.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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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

최근 대도시 이외의 지방에서는 의료인력이 없어 긴급한 환자가 발생해도 적절한 수술을 못 한다거나, 최소한의 의료인력을 확보하려 수억원의 연봉을 내걸고 모집공고를 해도 지원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뉴스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현재 지방 의료체계에 속한 필수 인력마저 언제든 대도시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니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가 지방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언제부턴가 대도시 이외의 지방에 사는 국민은 ‘2등 국민’의 신분이 됐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나라 지방소멸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때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개선하고자 국가에서 공공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나 기존 의사집단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는 기존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지방의 국민들을 의료 사각역대로 내몬 최악의 결정이었다. 국가가 의사들에게 배타적인 의료면허를 준 이유는 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해 주면서도 국가의 의료 서비스에 적절한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자신들이 챙길 것은 몽땅 챙기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의료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왕진 가방을 들고 일반 응급환자를 찾아가는 의사는 옛날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일 뿐이다. 지방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도시에 사는 의사인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읽힌다. 싫으면 너도 의사 되라고? 그래서인지 대입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로만 몰리고 있고, 심지어 멀쩡하게 서울대와 연고대를 다니던 학생들마저 자퇴서를 내고 다시 의대에 도전한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것이 진정 의사들이 바라는 세상인가? 솔직히 의사들에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고 묻고 싶다.

굳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의료인력 통계를 들이밀지 않아도, 그나마 형편이 좋다는 대도시 병원에서도 의사가 모자라 ‘PA 간호사’라는 편법을 쓸 정도로 현재 의료계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지금 의사들에게 지방으로 가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의사집단이 지방에서 일할 신규 공공 의료인력을 양성할 기회마저 뺏는다면 그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지방에 사는 국민들의 건강을 볼모로 하는 이기적인 행위이며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지방의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공론화했으면 한다.

1안은 국가에서 대도시 이외의 지방 의료 사각지역에서 일할 공공의사를 추가로 양성하되 한시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며 신분은 공무원으로 하고, 최소 20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설정하며, 그 대신 의사 양성에 소요되는 비용을 100% 국비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2안은 대도시 이외의 지방 의료 사각지역마다 주요 거점 병원을 지정해 원격 진료 및 처치가 가능한 최신 장비를 종합적으로 갖추고 원격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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