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친환경 보조금”에 역행하는 한국, 기업들 눈은 ‘밖으로’
반사이익에 해외 투자 확대…국내 경제 상대적 ‘위축’ 우려
미국과 일본,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친환경 산업’ 육성을 두고 보조금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반사효과를 누리게 됐지만 정작 국내 투자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EU가 지난 9일(현지시간)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규정을 대폭 완화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투자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 타워 제조업체인 씨에스윈드 유럽법인은 1000억원 수준의 생산능력을 5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개발 전문회사와 500㎿ 규모의 태양광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한화솔루션도 이번에 보조금 문턱이 낮아지면서 향후 현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경우 국책은행의 재생에너지 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와 특별 전기요금 도입 등 투자를 유도하고 있어 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이 보조금 전쟁에 뛰어든 이유는 에너지를 안보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시장이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추면서 값싼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지배했다. 태양광 산업의 경우 저렴한 인건비와 원재료비를 바탕으로 중국산 비중은 폴리실리콘 82.0%, 웨이퍼 97.6%, 셀 85.7%, 모듈 80.5% 등에 달한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가 중시되면서 주요국들은 자국 내 생산을 늘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향후 10년간 3690억달러(약 488조)를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투자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은 IRA를 통해 2024년 끝날 예정이었던 재생에너지 설비나 기술에 투자한 금액에 부과되는 세금을 일정 비율 공제하는 혜택을 연장했다. 미국 내 모듈 생산설비를 보유한 한화솔루션과 OCI도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일본은 ‘그린성장전략’을 통해 해상풍력, 수소발전, 전기차, 반도체 등 14개 분야에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를 위해 2조엔(약 20조원) 규모의 그린이노베이션 기금을 조성했다. 중국도 지난해 최초로 탄소중립 예산을 편성해 에너지 구조 전환과 탄소흡수 등과 관련된 기술에 약 3500억위안(약 67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산업에 대한 뚜렷한 투자 활성화 대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전사업자가 일정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기준’을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 환경은 더 나빠졌다.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국내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축소한다면 국내 경기 침체는 더 가속화될 수 있다. 더구나 국내에서 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과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주요 기업들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늦어지게 되면 주요 기업들의 해외 이전 사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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