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SVB 파산 쇼크] "파월·옐런 여태껏 뭐했나"… 책임론 부상
월가 "긴축속도 늦춰야" 아우성
4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스타트업 전문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한 지 불과 이틀도 안돼 초고속 파산을 선언하면서 충격파가 심상치 않다. 스타트업들의 자금이 묶이게 되면서 대량 해고가 이어지고 더 나아가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번지며 금융권이 줄도산하는 시나리오까지 시장을 뒤덮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11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투자가들은 SVB를 다른 은행이 인수하도록 정부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VB가 유동성 위기설 이후 이틀 만에 파산하자 벤처 투자가 데이비드 삭스는 트위터에 "파월은 어디에 있나? 옐런은?"이라며 "지금 이 위기를 멈추고 "모든 예금이 안전할 것이라고 발표하라"고 말했다. 이어 "SVB 예금을 상위 4개 은행에 분산하라. 월요일 전에 이것을 하지 않으면 위기는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바로잡을 시간은 48시간밖에 없다"며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13일 증시 개장 전 SVB를 인수하지 않거나 혹은 SVB 예금 전체를 정부가 보증하지 않는다면, 예금 보호가 안 되는 모든 예금을 인출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대로 방치하면 총예금이 2500억달러(330조원) 미만의 중견은행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회사 벤치마크 파트너인 에릭 비슈리아는 "SVB의 예금자를 모두 구제하지 못하면 작은 은행들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16위 규모의 은행에 예치해 둔 예금이 보호받지 못하면 비슷한 규모 이하의 은행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SVB에 구제금융 도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비등하고 있으며, 이것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SVB 인수자를 찾지 못한다면 정부가 직접 예금자 보호에 직접 나서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주장이 테크기업 임원들이나 전직 관료들은 물론 집권 민주당 사이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이다.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메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자 사이먼 존슨은 "사실 지금으로선 모든 선택은 나쁜 선택"이라면서도 "이런 구제금융 확대를 원치 않겠지만,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예측불가능한 대규모 뱅크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SVB가 예금주에 저금리를 주고 단기 자금을 끌어모아 장기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초고속으로 몸집을 불렸는데, 당국은 이같은 '뻔한 위험'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SVB는 최근 눈 깜짝할 새 눈덩이처럼 자산 규모를 키웠다. 특히 예금 규모를 1년 사이에 거의 두배로 끌어모으면서 2021년 말 총자산이 211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1년 전 1160억달러에서 급속도로 불어난 것으로, 미 은행 순위로 16위(2022년 말 기준)까지 치솟았다.
앞서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약 276조원), 총예금은 1754억달러(약 232조원)다.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이라는 법인을 세워 SVB의 기존 예금을 모두 새 은행으로 이전하고, SVB 보유 자산의 매각을 추진한다. FDIC 조치에 따라 인당 25만달러의 예금보험 한도 이내 예금주들은 13일 이후 예금을 인출할 수 있지만, 은행에 예금을 맡긴 고객은 주로 법인이어서 예금 대부분이 한도 이상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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