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스티커’처럼 붙였다 떼면 상처 치료 끝…韓 연구진 개발한 세포 반창고

김명지 기자 2023. 3. 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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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세포를 스티커 타투(문신)처럼 피부에 옮겨 심어서 화상 등 상처를 재생시키는 '세포 반창고' 기술이 개발됐다.

반도체나 의료기기 장비를 코팅할 때 쓰는 아주 얇은 패럴린 필름(박막, 薄幕)에 세포를 배양한 후, 오려서 상처가 난 부위에 붙인 뒤 세포가 붙으면 떼 내는 방식이다.

정성준 교수는 "패럴린 필름 위에 붙어있는 세포를 (피부) 조직에 붙이면, 30분 ~1시간 후에 자연스럽게 옮겨간다"라며 "어린이들이 쓰는 문신스티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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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英 캠브리지대, 부산대의대 연구
패럴린 박막 활용한 세포 스티커 개발
“환부에 붙인 후 30분~1시간 지나면 재생 세포 이동”
동물 모델에서 상처 재생 효과 확인
스티커 타투 처럼 피부에 붙여 상처를 재생하는 세포 스티커 연구가 실린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표지/ 캡처

살아있는 세포를 스티커 타투(문신)처럼 피부에 옮겨 심어서 화상 등 상처를 재생시키는 ‘세포 반창고’ 기술이 개발됐다. 반도체나 의료기기 장비를 코팅할 때 쓰는 아주 얇은 패럴린 필름(박막, 薄幕)에 세포를 배양한 후, 오려서 상처가 난 부위에 붙인 뒤 세포가 붙으면 떼 내는 방식이다.

이 세포 반창고는 마이크로미터(㎛)두께로 아주 얇은 데다, 원하는 모양대로 손쉽게 자를 수 있어서 화상 같은 넓은 상처는 물론 복잡한 모양의 상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상처 재생 치료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포스텍(POSTECH) 신소재공학과 정성준 교수 연구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로이신 엠 오언스(Róisín M. Owens) 연구팀, 부산대 의대 김재호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세포를 스티커처럼 피부에 붙이는 새로운 세포 시트 전달 방식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진은 개발한 세포 스티커를 실험용 쥐에 적용한 결과 빠른 상처 재생 효과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포스텍 제공

이번 연구결과는 ‘문신 스티커 같은 세포 시트 전달 기술; 계면 세포 이동 성질 활용 (Transfer-Tattoo-Like Cell-Sheet Delivery Induced by Interfacial Cell Migration)’이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과거에는 큰 상처나 화상을 입었을 때,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려고 주사제 형태의 세포 현탁액을 주입했다. 그러나 이렇게 주입된 세포는 상처난 조직에 안착하지 못하고 다른 부위로 흡수돼 버리기 때문에 기대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 시트 기술이 시도됐지만, 지금까지 나온 기술은 세포 반창고를 붙이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반창고에 있는 세포가 상처로 넘어가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해야 하는데, 반창고 환경에 익숙한 세포가 상처로 넘어가지 않는 식이다.

그래서 피부에 반창고를 붙인 후 반창고를 차갑게 한다거나, 화학적 자극을 주는 식으로 세포가 반창고에서 떨어져 나가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세포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이런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보니 현장에 쉽게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들이 서로 엉겨 붙으려는 성질을 활용했다. 예컨데 피부를 이루는 상피세포는 서로 붙으면서 자란다. 피부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침투를 막아야 하기 때문에 세포끼리 단단하게 팔짱을 끼는 식이다. 연구팀은 패럴린 필름의 환경을 세포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만들되, 반대로 이 세포가 다른 세포를 만나면 필름에서 스스로 떨어져 나와 세포끼리 엉겨붙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절했다.

정성준 교수는 “패럴린 필름 위에 붙어있는 세포를 (피부) 조직에 붙이면, 30분 ~1시간 후에 자연스럽게 옮겨간다”라며 “어린이들이 쓰는 문신스티커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세포를 반창고에서 분리시키려고 인위적인 자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라며 “페럴린 필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의료용으로 승인을 받은 물질이라서, 피부는 물론 몸 속 장기에도 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다양한 형태의 상처를 내고, 세포 스티커를 붙여 상처가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세포 스티커는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낼 수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환부에도 붙일 수 있다. 여러 겹으로 세포층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세포를 활용해 다종 세포가 복잡하게 패턴화된 인공 조직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연구팀은 세포 스티커 연구 과정에서 세포가 표면과 표면 사이를 수직으로 이동하는 것도 관찰했다. 이런 세포 현상을 ‘계면 간 세포 이동’이라고 이름 짓고, 세포 전달 플랫폼의 배경 원리로 설명했다. 정성준 포스텍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계면 간의 3차원적인 세포 이동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다”라며 “기초 생물학적인 연구로의 심층적 확장 또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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