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틀새 번갈아 더위·폭설… ‘이상기후 역습’에 수백명 숨져 [세계는 지금]
서부, 역대급 혹한·겨울 폭풍 시달릴 때
동부선 여름옷차림… 벚꽃 개화 한 달 빨라
2022년 피해액만 214조원 역대 3번째
바이든 “기후변화 적극 대응” 공언에도
인플레·우크라전 영향… 되레 정책 후퇴
탄소 배출 1위 中과 갈등에 협력도 난망
“여름이에요. 날씨가 미쳤어요.”

미국 국립기상청(NWS)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24일부터 26일까지 LA 북부와 동부 산악 지대에 약 2에 달하는 폭설이 쏟아졌다. LA에서 200㎞ 남동쪽에 있는 샌디에이고에는 사상 첫 눈보라 경보가 발령됐다. 당국은 LA에 몇 년간 이어진 폭염, 폭염에 따른 산불의 영향으로 폭설이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 기후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셈이다.
◆워싱턴 벚꽃 개화 코앞… 서부는 눈 폭풍
미국 이상 기후는 이번 겨울 절정에 달했다. 미국 동부에는 기록적인 온화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서부지역에는 겨울 폭풍과 폭설, 한파가 이어지면서 양극단을 달렸다.

미국 ABC방송은 최근 워싱턴에 봄이 빨리 찾아오면서 3월 중순에는 벚꽃이 만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통상 벚꽃이 3월 말에서 4월 초에 절정을 이루는데 지난 1월 워싱턴의 평균 기온이 약 7.3도로 평년인 2.9도보다 무려 4.4도나 높아 벚꽃 절정도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서부지역에서는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폭설이 쏟아졌다. 사막이 많은 애리조나에는 2월 말부터 폭설이 내렸다. NWS와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시에 3.3m가 넘는 눈이 쌓였다. 선인장이 눈에 뒤덮인 광경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폭설로 곳곳에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시는 주민들에게 지붕 붕괴 징후를 확인하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기후변화가 겨울을 단순히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이상하게 만든다고 분석한다. NYT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을 인용, 1970년 이후 미국 238개 지역 가운데 97%에 달하는 지역에서 겨울철 평균 기온이 상승했다고 전했다. 강설량은 감소했지만 지난 100년 동안 미국 동부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눈 폭풍 빈도는 증가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따뜻한 공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보유할 수 있다”면서 “겨울 기온이 따뜻해지면 폭풍이 더 많은 수증기를 가지게 돼 더 많은 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 동안 눈이 더 드물게 내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 번의 눈 폭풍은 더 강렬해져 일상생활에 더 많은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겨울 평균 최저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강렬한 추위도 공존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북극 주변을 맴도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極)소용돌이가 경로를 이탈해 남하하면서 미 대륙 등에 혹한이 닥친다고 설명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대류권 상층부에서 부는 강한 편서풍인 제트기류에 갇혀 북극 지역에 머무는 극소용돌이가 북극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으로 남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상이변 피해액 214조원… 빈도도 증가
이상 기후 발생 빈도가 증가하면서 이상 기후에 따른 피해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역대급 허리케인과 가뭄, 산불 등의 기상이변으로 미국에서 최소 474명이 숨지고 총 1650억달러(약 214조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액 기준으로 1980년 이후 역대 3번째다. 역대 3위였던 2021년 1553억달러(202조원)를 한 해 만에 뛰어넘었다. 역대 최대 피해액은 2017년 3730억달러(485조원), 두 번째는 2005년, 2535억달러(330조원)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첫날에 파리기후협약 복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연방정부 소유 국유지에서 석유·가스 신규 채굴을 중단하는 내용 등을 담은 기후변화 행정명령에 잇달아 서명하면서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예고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2021년 휘발유 가격 상승을 중심으로 시작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치솟으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딜레마에 빠지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면서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을 잡기 위해 산유국에 원유 증산을 촉구하고 비축유를 풀면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환경 영향을 이유로 여름철 판매를 금지한 고(高) 에탄올 함유 휘발유 거래를 긴급 허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상승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친환경 정책에서 후퇴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세계 탄소배출량 압도적 1위인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미·중 갈등이 날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양국의 기후 대응 협력은 먼 훗날의 이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일찌감치 기후변화 협력을 목표로 다른 현안들을 중국에 양보할 수 없다고 못 박기도 했다. 중국 역시 지난해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으로 수력발전소들이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화력발전소 가동을 확대하는 등 석탄 생산과 사용을 늘리는 상황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진보 성향 경제학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신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기후 관련 위험 시나리오에 따른 대규모 금융기관과 금융시스템의 탄력성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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