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연 3000구 훈련이 처참하게 무너진 한국 야구에 던진 메시지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butyou@maekyung.com) 2023. 3. 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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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영건 최충연(26)은 지난 스프링캠프서 약 3000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투구 수를 많이 가져가는 훈련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체 훈련(러닝)과 많은 투구 수를 주장하는 지도자들은 '올드 패션'이 돼 버렸다.

스프링캠프서도 투구 수를 최소한으로 조절하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철저하게 투구 수 관리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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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영건 최충연(26)은 지난 스프링캠프서 약 3000개의 공을 던졌다.

약속된 불펜 투구 수는 1000개. 그 이상의 투구를 했고 캐치볼과 연습 투구까지 더하면 그 숫자가 3000개 까지 늘어났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마치며 그런 최충연에게 투수 MVP를 줬다.

최충연이 스프링캠프서 3000구 투구를 하며 많은 땀을 흘렸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스프링캠프서 많은 공을 던지며 제구력과 구위를 가다듬는 올드 패션 훈련 방식을 최충연이 잘 소화해 낸 것이 MVP로 선정된 이유가 됐다.

최충연의 3000구 투구는 한국 야구가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스프링캠프 3000구 투구는 선동열 전 감독 시절 유행했던 훈련 방식이다.

선 감독은 투수들에게 보다 많은 투구 수를 요구했고 그 숫자가 3000개에 이르렀다.

당시 삼성은 투수 왕국으로 불렸다. 좋은 투수들이 많이 배출됐고 그 중심에서 선수들의 발전이 이뤄졌다.

마무리 오승환이 탄생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투구 수를 많이 가져가는 훈련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혹사’라는 유령이 한국 야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모든 코치가 투구 수를 줄이는 데만 신경을 썼다. 그 과정에서 발전이 더뎌지는 것은 애써 눈 감고 모르는 척을 했다.

관리를 잘해주는 코치가 명 코치로 대접받는 시대가 찾아왔다.

하체 훈련(러닝)과 많은 투구 수를 주장하는 지도자들은 ‘올드 패션’이 돼 버렸다. 어떤 팀도 독하게 투수를 몰아붙이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

투수들은 그저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스프링캠프서도 투구 수를 최소한으로 조절하고 시즌에 들어가서도 철저하게 투구 수 관리를 받는다.

투구 수 관리 때문에 연습 투구에서 모자란 점이 발견 돼도 눈 감고 넘어가는 것이 태반이다. 누구도 혹사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가 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서 많은 공을 던지며 예열이 끝난 뒤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엔 달랐다. 연습 투구 수가 많지 않다 보니 페이스가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150km가 넘는 공이 주 무기이던 정우영이 고작 140km가 넘는 공으로 허덕인 것이 좋은 예다.

이제는 다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WBC는 한국 야구가 우물 안에 갇혀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세계 수준의 야구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대회에서 증명됐다.

정답은 따로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노력은 반드시 그 결과물을 남기는 법이다.

이번 WBC서 한국 야구는 영건들의 성장이 대단히 더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김광현 양현종에게 기대야 하는 수준이라는 것만 느낄 수 있었다.

올드 패션으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강도 높은 투수 훈련량을 다시 꺼내 보게 된 계기가 됐다. 더 이상 ‘보호’라는 그럴듯한 말 뒤에 숨어 모자란 것을 눈감아 버리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충연이 다시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도전하고 부딪혀야 한다. 현재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은 대회가 이번 WBC라 하겠다.

만에 하나 최충연이 실패한다 해도 다시 부딪히고 준비해야 한다. 이대로 그냥 시간을 보내다간 정말 큰 일이 날 수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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