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요? 절대 안 합니다” 노포 소개하는 직장인 유튜버 ‘김사원세끼’[복수자들]

김재희기자 2023. 3.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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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자들
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가 15년 간 군만두만 먹으며 칼을 갈았던 복수? 아닙니다. ‘킬빌’의 블랙맘바가 자신을 죽이려 한 보스를 처단하는 복수? 그것도 아닙니다. ‘복수자들’은 복수(複數)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한 가지 일만 하고 살기엔 지루하다고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본캐와 부캐, 양쪽을 오가는 복수자들이 직접 도전과 병행의 노하우를 전해드립니다.



간판도 없는 허름한 노포에 ‘이 사람’만 다녀가면 줄이 늘어섭니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노포를 소개하는 유튜버인 세끼 먹는 김사원, ‘김사원세끼’(아래 김사원)입니다. 자꾸 생각 나는 중독적인 말투, 광고와 협찬은 일절 받지 않는 뚝심은 기본입니다. ‘미국인들의 장모님댁’ ‘횟집계의 홍성대, 횟집의 정석’처럼 ‘병맛’과 천재성을 절묘하게 오가는 묘사력에 힘입어 2020년 1월 유튜브를 시작한지 3년 만에 구독자가 40만 명을 넘었습니다. 1주일에 광고와 협찬 제의가 5건 넘게 들어옵니다. 빅뱅의 대성, 18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은 김사원세끼를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을 본인의 채널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셀럽들의 셀럽’이 된 김사원에게 본업은 따로 있습니다. 그는 사실 6년차 직장인입니다. 영상에서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평소와 다른 목소리를 연기하는 이유도 회사 내 ‘겸업금지조항’ 때문입니다. 사원 3년차에 찾아온 슬럼프를 털어내고자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퇴근 후 허름한 식당에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는 소소한 일상을 영상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선 한 마디도 안 한다는 그는 유튜브 세계에서 숨겨왔던 자아를 표출합니다. “회식을 하면 산해진미도 흙맛이죠” “저희 회사는 40년 전통의 변함없는 월급 맛집(몇 년째 동결)”과 같이 부장님 앞에서는 털어놓지 못했던 진심을 속사포로 쏟아냅니다.

10분 짜리 광고 한 건당 직장인 연봉과 맞먹는 돈을 벌수도 있지만 그는 “절대 퇴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유튜브는 철저히 ‘취미’로 하겠다는 철칙 때문입니다. 유튜브가 본업이 되는 순간 노포에 가는 것도, 주말에 영상 편집을 하는 것도 “일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그는 낮에는 김 대리, 밤에는 김사원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남들은 “쉴 시간이 있냐”고 묻지만 그에게는 촬영과 편집이 ‘힐링’이자 쉬는 시간입니다.

유튜버라는 ‘부캐’를 어머니에게도 숨기고 은밀한 취미생활을 지속해 온 김사원을 ‘복수자들’이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에서 만났습니다. 회사보다 유튜브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회사를 그만 두지 않는 이유(https://www.youtube.com/watch?v=ndAghC0goPQ)와, 3년 만에 4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되는 비법(https://youtu.be/_Z3X7pdF3x8)을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노포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김사원세끼’를 운영하고 있는 김사원.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 캡처


―철저히 신상을 가리는 ‘신비주의 유튜버’로도 유명하세요. 구독자 40만 명을 보유한 4년차 유튜버가 됐는데 주변에서 알아차린 사람 없나요?

제가 유튜브 하는 걸 어머니도 모릅니다. 용돈 올려달라고 하실까봐 비밀로 하고 있습니다. 농담이고요. 가장 가까운 사람에서 시작해 한두 명씩 알게 되면 거기서부터 비밀이 깨지기 때문에 철저히 숨기고 있어요. 제가 유튜브 하는 건 저와 노포를 가는 극소수의 절친들만 압니다. 손가락 안에 꼽아요. 회사에서 “너랑 말투 비슷한데 너 아냐?”라며 제 유튜브 영상 링크를 보낸 선배도 있었습니다. 등에서 땀 한 줄기가 흘렀습니다만, 아무렇지 않은 척 했죠. “저 유튜브 잘 안 봅니다”라고 잡아뗐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맛집 소개 유튜브를 즐겨 봤습니다. 그러던 중 ‘내가 이것보다는 잘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때 직장인 3년차라 회사생활에 슬럼프도 왔어요.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죠. 제가 실제로 친구들과 퇴근하고 한 잔 하는 걸 즐기거든요. 제 취미를 유튜브 영상에 담아보자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거창한 계기 같은 건 없었어요.

18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김사원세끼를 패러디 한 영상. 유튜브 ‘피식대학’ 캡쳐


―2020년 1월 첫 영상을 올리고 불과 3년 만에 구독자 40만 명이 됐어요. 정말 빠른 속도인데 채널 ‘떡상’ 시점이 언제였나요?

저도 유튜브 시작한지 한 달 동안은 조회수가 100회 정도 나왔어요. 구독자는 44명이었습니다. 그때 목표가 1년 안에 구독자 1만 명을 모으는 거였어요. 그러다 2020년 2월에 올린 이모카세(이모와 오마카세를 합친 말) ‘나드리식품’ 영상이 떡상의 출발이었어요. 그 후부터 조회수가 1000회 씩 나오기 시작했고, 7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이 넘었어요. 2020년 11월에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저를 패러디한 영상을 올려주신 게 두 번째 떡상 포인트였어요. 패러디 영상 조회수가 138만 회가 나왔어요. 그 영상이 올라가고 한 달 만에 구독자 3만 명이 늘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노포를 소개하는 5분 남짓의 영상을 왜 그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다고 생각하세요? 인기요인을 분석해보신다면?

‘김사원’이라는 캐릭터에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해주는 것 같아요. 김사원은 눈치 안보고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뻔뻔한 캐릭터거든요. 그런 모습에 회사원들이 많이 위로를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김사원세끼’가 대단한 채널은 아니잖아요. 제가 가는 식당들이 아무나 못가는 고급 식당도 아니고,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이에요. 그런 소박함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인기의 척도인 광고, 협찬 제의도 엄청나게 많이 들어올 것 같은데 일절 안받으신다고요.

‘식당 광고는 안 받습니다’라고 채널에 명시를 해 놨는데도 일주일에 5건 정도 광고와 협찬 제안 이메일이 와요.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습니다. 솔직히 흔들린 적 있긴 합니다만, 제가 식당 광고를 하지 않아서 구독자 수가 늘은 건데 이제 와서 광고를 받는 건 구독자를 기만하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전 김사원세끼 채널을 오래 하고 싶은 사람이지, 돈을 빨리 벌고 싶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유튜브로 돈 벌 생각을 했다면 1년차 때 광고만 하다가 이미 이 바닥 떴겠죠. 전 롱런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취미를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유튜브를 취미로 오래 하고 싶다는 김사원.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 캡쳐


―광고, 협찬 받으시면 직장 봉을 광고 하나로 벌 수 있는데…. 퇴사하고 싶은 생각 없으세요?

유튜브는 제게 철저히 취미입니다. 만약 유튜브가 본업이 된다면 생계유지 수단이 되는 거잖아요. 그럼 영상도 억지로 만들어야 하고, 드립들도 지금처럼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내가 온전히 콘텐츠 만드는 과정을 즐겨야 그 재미가 구독자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요? 물론 상사한테 깨지고 일이 안 풀릴 때도 힘든 순간도 많죠. 근데 그럴 때 노포에서 한 잔 하는 게 가장 맛있습니다. 자다 일어나서 노포 가는 게 무슨 맛이 있겠습니까?

―두 가지를 병행하시는 게 힘들지는 않으세요?

제가 유튜브 하는 걸 아는 사람들은 “안 바쁘냐”고 묻는데 제가 유튜브에 들이는 에너지는 거의 없습니다. 영상 대부분 5분짜리고, 일주일에 한 개 올립니다. 영상편집은 주말에 1시간도 안 걸려서 다 해요. 대본을 쓰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도 많은데 전부 애드립입니다. 저희 집에 옷방 들어가서 생각나는 대로 말해요. 퇴근 후에 헬스 가고, 영화 보고, 책 읽고 전부 다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즐기는 취미생활을 공유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저한텐 오히려 힘이 되죠.

직장에서 회식장소를 정할 때 장어구이 집을 추천한다는 김사원. 유튜브 ‘복수자들’ 캡쳐


―회식할 땐 주로 어디 가세요? 노포 예약하시나요?

회식은 철저히 프랜차이즈죠. 이춘복참치, 창고43, 투뿔등심을 즐겨 갑니다. 제 돈 주고 가기 힘든 식당들 위주로 가야죠. 식당 예약해야 하는 사원분들, 회식 빨리 끝내고 싶을 땐 장어구이집 추천드립니다. 1인분에 2만9000원, 3만4000원이에요. 2인분 시키면 예산 끝납니다. 집에 가면 8시예요.

‘유튜브는 철저히 취미’라는 그의 말은 지나친 겸손함일까요? 3~4분 남짓의 영상을 1주일에 한 개 꼴로 올리는데도 유튜브 시작 3년 만에 구독자 40만 명을 넘겼습니다. 구독자수보다 더 중요하다는 조회수도 상당히 ‘살발’합니다. 영상 회당 평균 조회수는 42만 회에 달합니다. 본업 유튜버들보다도 더 성공한 그는 절대 ‘유튜브나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기존 채널의 한계를 보완할 본인만의 분명한 강점이 있어야 아류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김사원이 유튜브로 성공하는 팁을 담은 책.


―‘회사 몰래 유명 유튜버 된 직장인’이라는 책도 내셨더라고요. 유튜버로 성공하는 꿀팁을 담으셨고, 책 구매자 대상으로 유튜브 컨설팅도 해 주신다고요. 혹시 초보 유튜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실수가 있나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상을 굉장히 길게 만들어요. 찍은 걸 다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죠. 15분 넘어가는 영상들도 많은데 이거 다 안 봅니다. 영상 시청 지속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지표거든요. 만약 지속시간이 전체의 50%가 안 된다면 채널 성장이 어렵죠. 두 번째는 콘텐츠의 일관성이 없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맛집 유튜버면 맛집만 소개해야 하는데 중간에 갑자기 기타를 치고 있고, 반려견이 나와요. 물론 저도 제 반려견 ‘흰둥이’ 출연시킨 적 있습니다만, 딱 8초 나왔습니다.

김사원의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들. 간결하고 직관적인 섬네일과 제목을 선호한다. 유튜브 ‘김사원세끼’ 캡쳐


―유튜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제목과 섬네일이라고요.

영상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섬네일과 제목이 보기 싫으면 그 영상은 날리는 거에요. 하나 예를 들어 드릴게요. ‘살다 살다 이렇게 맛있는 잠실 맛집은 처음 봅니다’와, ‘살다 살다 이렇게 맛있는 맛집은 처음 봅니다’ 중 어떤 게 좋은 섬네일과 제목일까요? 두 번째에요. 첫 번째 제목은 잠실 가는 사람만 누릅니다. 표본을 좁히면 안돼요. 누구나 누를 수 있는 제목과 섬네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맛집 소개 유튜버라 음식 맛이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할 줄 알았는데 의외에요.

물론 맛없는 집은 안갑니다. 하지만 맛은 사람마다 기준이 너무 달라요. 제 기준에 맛있어서 소개를 해도 맛없는 사람은 맛없다고 해요. 그리고 제가 맛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이모님 친절하고, 가격 적당하고, 술 잘 들어가면 저한텐 그곳이 최고 맛집입니다.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보다 더 재밌게 만들 자신이 있을 때 유튜브를 시작하라는 김사원세끼.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 캡처


―김사원 님처럼 유튜브를 부업으로 삼으려는 직장인들이 정말 많은데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나도 유튜브나 해 볼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대부분 고전합니다. 본인이 즐겨 보는 채널이 있잖아요. 그 채널을 보다가 ‘내가 이것보다는 잘 만들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유튜브를 시작하길 추천합니다. 기존 채널의 단점을 보완할 아이디어가 있어야 해요. 이미 시장을 장악한 채널보다 단 한 가지라도 장점이 있어야 아류가 되지 않을 수 있어요.

―유튜버로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실 없습니다. 왜냐면 이미 이룬 것 같아요. 제 원래 목표가 ‘1년 안에 구독자 1만 명’이었는데, 1년 동안 구독자가 20만 명이 됐어요. 이미 너무 큰 달성을 했어요. 그냥 제가 김사원이라는 캐릭터에 계속 애정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초심을 잃지 않고요.

―김사원에게 행복이란?

‘행복의 역치’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행복을 느끼는 수준은 사람마다 다 달라요. 매일 오마카세 먹는 사람이 삼각김밥 먹으면 안 행복하지만 매일 삼각김밥 먹다가 오마카세를 먹으면 정말 행복하겠죠. 저는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인 것 같아요. 소박한 것에서 행복을 자주 느껴요. 소소한 노포에서 친구들과 한 잔 하는 것도 제겐 행복이에요. 구독자분들도 제 채널을 통해 소박하고 소소한 행복을 많이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행복은 곳곳에 있죠. 일상에 있고요.

김재희기자 jetti@donga.com
이지훈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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