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던 베트남 정부가 이번엔 발끈...한국이 뭐라고 했길래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3.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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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시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신짜오 베트남 - 236]얼마전 우리 재판부가 베트남전 당시 우리 군의 민간인 학살로 가족을 잃었다는 베트남인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죠. 이에 대해 정부가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항소장을 냈습니다. 그러자 베트남 정부는 공식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는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해 달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베트남 정부는 ‘뜨거운 감자’였던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 이슈가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기를 내심 바라는 입장이었지만, 판결이 나온 이후 이제 패러다임은 달라졌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흘러갈지가 양국 외교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법은 베트남인 응우옌티탄(63)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에게 약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1968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베트남전이 한창인 때였습니다. 당시 해병대 청룡부대원들이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74명을 학살했다는 주장입니다.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씨는 이 사건으로 자신은 가족을 잃고 복부에 총상까지 입었다며 2020년 4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한 판결이 지난달 나온 것입니다.

판결이 나온 직후 베트남 정부는 ‘양국은 과거를 제쳐두고 미래 협력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냈습니다. 사건 자체 이슈가 확산되지는 않기를 바라는 속내가 읽혔습니다.

사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정부가 베트남전 당시 벌어진 일에 대해 사과하려 할 때마다 ‘우리는 승전국 입장인데 패전국인 한국의 사과를 굳이 받을 필요가 없다’며 손을 내젓는 입장이었습니다.

또한 베트남전 자체가 국토가 남북으로 갈려 치열하게 서로를 죽인 내전의 성격이다보니 베트남 정부 스스로도 당시 벌어진 문제가 이슈화되기를 바라지 않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양쪽의 군인들이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힌 일도 많이 일어났을 테니까요. 이미 통일이 된지 수십년이 지났는데 굳이 아픈 과거 상처를 들쑤시지 말자는게 기본 스탠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재판부에서 공식적으로 1심 판결이 나왔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항소를 제기하자 더 이상 이 이슈는 수면 아래 덮어질 수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좋던 싫던 과거 벌어진 문제에 대해 베트남 정부가 어떻게든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는 자리에 서게 된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항소 이후 팜투항 외교부 부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우리 정부는 한국 법원의 판결과 한국 정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제쳐두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을 옹호한다. 하지만 그것이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팜투항 외교부 부대변인. <사진 = 베트남외교부>
그는 또 “한국 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항소한 점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포괄적·전략적 동반자관계 정신에 따라 한국 정부가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하며 전쟁의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요청한다”고 논평했습니다.

이 성명은 한국 정부가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공식 답변이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2심 판결이 나오고, 대법원까지 올라가 재판이 열리는 내내 베트남전 당시 벌어진 상황은 끊임없이 도마위에 오를 것입니다. 최종심이 확정된 이후 비슷한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앞으로 이 이슈는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전쟁이 남겨놓은 상처의 유효기간이 이렇게나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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