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넥슨-아이언메이스 '벼랑 끝 싸움'에 쏠리는 눈

김주환 2023. 3. 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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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게임 애셋 유출 사실이라면 처벌 피하기 어려워"
게임 개발자들 "퇴사하며 자료 반출, 도의적으로 해선 안 되는 일"
넥슨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게임업계는 물론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콘텐츠 제작 영역과 관련 산업의 생태계 자체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사안"(넥슨코리아, 8일 사내 메시지에서)

"우리는 Bully(집단 괴롭힘)를 싫어한다. 우리는 대기업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다"(아이언메이스, 9일 배포한 입장문에서)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를 도용해 개발됐다는 의혹이 인 인디 게임 '다크 앤 다커'를 놓고 국내 굴지의 게임사와 신생 스타트업 '아이언메이스'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넥슨은 신규개발본부에서 '프로젝트 P3' 개발을 총괄하던 A씨가 애셋(게임 제작에 쓰이는 데이터)을 무단 반출하다 징계해고를 당했고, 이를 기반으로 아이언메이스에서 '다크 앤 다커'를 만들었다며 고소했다.

그러나 아이언메이스 측은 줄곧 반출한 애셋을 게임에 사용하지 않았고, 넥슨이 부당하게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 7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의 아이언메이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개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A씨가 받는 혐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퇴사하며 자료 유출' 판례 살펴보니…"처벌 피하기 어려워"

게임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16년 전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리니지3 영업비밀 유출 사건'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많다.

2007년 엔씨소프트에서 차기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3'를 제작하던 개발자들은 퇴사 후 신생 기업 블루홀스튜디오를 설립, MMORPG '테라'를 만들었다.

엔씨소프트는 당시 리니지3 개발실장을 비롯한 일부 인원이 퇴사 과정에서 기획 자료, 소스 코드 등을 유출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형사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부분은 리니지3 개발진이 퇴사하며 유출한 자료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였다.

대법원은 2012년 "엔씨소프트가 관련 프로그램 파일을 제작하는 과정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했고, 경쟁사가 이 자료를 활용할 경우 게임 개발 기간 단축과 같은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를 영업비밀로 보고, 개발실장 등 4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와 별개로 진행된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블루홀스튜디오 관계자들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고, 문제의 자료를 모두 폐기하도록 했다. 다만 집단 퇴사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보았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는 영업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하는 행위,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는 모두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간주한다.

법령과 판례를 비춰볼 때, 법조계에서는 애셋 유출 의혹이 사실이라면 아이언메이스 관계자도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게임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이철우 변호사는 "게임 애셋은 영업비밀에 충분히 해당한다"며 "다만 이런 자료가 '다크 앤 다커' 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됐는지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리사 출신 변호사는 "코드나 애셋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기획 내용 역시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애셋 유출의 경우, 데이터가 저장장치나 외부 서버로 반출된 기록이 핵심 증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게임사가 밀집한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 [성남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게임 업계 "퇴사 후 프로젝트 도용, 신뢰 해치는 일"

게임 업계에서는 예전 직장에서 담당하던 프로젝트 자료를 반출해 다른 회사에서 쓰는 일은 법적 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판교의 한 게임 개발자는 "개발자가 마음 맞는 사람들과 같이 퇴직해 회사를 차리는 일은 흔하다"면서도 "회사에서 일하며 회사의 지원을 받아 발전시킨 기획이라면, 사소한 자료라도 자기 것인 양 들고 나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태가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반응도 있었다.

다른 개발자도 "만약 이런 일이 앞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면, 어느 회사가 소속 개발자들이 기획한 참신한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려 하겠는가"라며 "업계 내의 기본적인 신뢰, 상도덕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이언메이스는 애셋 반출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에도 넥슨에 정면으로 맞서며 '다크 앤 다커'를 지속해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기소·불기소 여부가 가려지고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논란은 출시 시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다크 앤 다커 [스팀 '다크 앤 다커' 페이지 캡처]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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