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와이] '유관순 허구·절도범·유부녀' 주장까지?...판결문·사료 따져보니

한동오 2023. 3. 1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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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실존 증거 수두룩…수형기록카드도 존재
수형기록카드에 사진, 이름, 생년월일, 죄명 기재
판결문·제적등본 존재…친구·지인 증언도 다수
사망일 변경은 시신 인계일·실제 사망일 차이

[앵커]

'3·1절 일장기' 소동을 계기로 식민사관을 담아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인터넷상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3·1절에 집에 일장기를 걸어 논란을 부른 세종시 주민은 유관순 열사도 허구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데요.

판결문과 사료를 통해 근거가 있는 해석인지 따져봤습니다.

한동오 기자입니다.

[기자]

[이정우 / 3·1절 일장기 게양 세종시 목사 : 유관순 선생님에 대해서 실존 인물이다, 아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저도 아직 공부하는 중입니다. 저도 다 파악이 안 됐고요. 한번 좀 깊이 숙고를 한번 해보고자 합니다.]

'유관순 허구설'은 2017년 '유관순은 허구 인물이다'라는 이 책이 나온 뒤부터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3·1 운동의 영웅 유관순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교과서에서 생년월일과 사망 일자가 계속 바뀐다는 점.

수형기록카드 사진 속 인물은 머리카락을 뒤통수에 땋은 쪽머리를 했는데, 쪽머리는 유부녀의 상징이라는 점.

일본 경시청에 정보공개를 신청했는데, 1919년 천안에서 만세 부르다 옥사한 유관순은 없고, 1920년 경성역에서 물건을 훔치다 옥살이한 유관순은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박근창 / '유관순은 허구 인물이다' 저자 : 저는 100% 확실하니까 책을 냈지요. 허구, 가공 인물. 꾸며낸 가공 인물. 그림 속에 있는 수형자 사진은 절도범 유부녀 사진이다, 이 말이야.]

하지만 이런 주장과 반대로 유관순 열사가 실존 인물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칩니다.

사진과 이름, 주소, 출생지와 본적, 생년월일, 키, 지문번호, 직업, 죄명과 집행감옥까지 적힌 수형기록카드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당시 검찰청 기록을 넘겨받은 국가기록원엔 열사의 판결문이 존재하고, 유관순 가족의 본적, 출생, 사망일이 적힌 제적등본도 있습니다.

열사가 이화학당 다닐 때의 사진, 친구들의 목격담, 함께 수감 됐던 독립운동가의 회고까지 존재합니다.

생년월일과 사망 일자가 바뀐 이유도 음력, 양력 표기에 따른 기준 변경, 그리고 시신이 인계된 날과 실제 사망일의 차이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류정우 /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회장 : 음력을 양력으로 고쳐서 호적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옛날은 전부 음력으로 쓰다가 양력으로 쓰니까…. 시신을 인수받은 날이 10월 12일이고 실제 돌아가신 날은 9월 28일인데. 호적 확인을 해보니까 9월 28일 돌아가셨다고 돼 있어서 변경한 거지.]

유부녀 주장에 대해 국사편찬위원회는 머리 모양으로 결혼 여부를 판단하는 건 조선 시대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며, 1876년 개항 이후 서구의 근대사조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1919년 한국인의 삶은 이전과 상당히 달랐다고 밝혔습니다.

'유관순 허구설'을 담은 책에서 당시 수감된 배화여학교 학생들 모두 댕기 머리를 했다는 사진은 전수조사를 해보니, 전체 21명 가운데 쪽 머리 학생도 8명 있어, 기혼설의 근거가 될 순 없었습니다.

'절도범 설' 역시 저자조차 근거자료가 없다고 밝혔고, 당시 일본 경시청과 통화했다던 저자의 지인은 '자료 없음'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수형기록카드에는 '보안법 위반', 판결문에는 독립운동으로 인한 죄명이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허구설은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진 적 없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유관순 관련 내용이 무효이기 때문에 국정 교과서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지난달 16일 기각, 각하했고,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2017년, 유관순 열사에 대한 독립유공자 공적을 재심사해달라는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유관순 허구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저자는 '유부녀설' 추가 출판을 예고했습니다.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는 이제는 출판금지와 사자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한동오입니다.

YTN 한동오 (hdo86@ytn.co.kr)

촬영기자 : 이규

인턴기자 : 정연솔 (jysn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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