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가 월세시대… "100만원 넘어도 잘 나가요"

신유진 기자 2023. 3. 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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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무자본 갭투자 철퇴]②서울 10건 거래 중 3건이 100만원 넘어

[편집자주]매매가가 전세보증금보다 낮거나 차이가 거의 없는 이른바 '깡통전세' 문제가 빌라사기꾼(속칭 빌라왕) 사망 사건 이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세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매매가 낙폭에 비해 전셋값 하락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하락하면서 적은 자본금으로 집을 사들이는 갭투자도 쉽지 않게 됐다. 갭투자의 위험성이 부각되며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전세 기피와 월세 상승이 맞물려 임대차시장의 불안요소로 떠올라 정부가 전세지원뿐 아니라 월세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6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힐스테이트'를 찾았다. /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강남·목동도 '반값 전세'… 매매가 10억 아파트 전세 '4억원대'
(2) [르포] 고가 월세시대… "100만원 넘어도 잘 나가요"
(3) [르포] 강남도 못 피한 '역전세난'… 2년 새 전세 21억→13억원

#.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신혼집 전세계약 종료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강서구 염창동이나 양천구 목동·신월동으로 이사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보증금이 비싼데다 월세까지 내야 하는 반전세가 많기 때문이다. A씨는 "월세는 월세대로 내야 하고 보증금은 5억원이 넘어가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돈이 이중으로 나가는데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와 올해 초 고금리와 연쇄적인 전세사기 사건 여파 등으로 임대시장에선 전세보다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고 거래 비중도 늘었다. 전셋값은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가파르지만 월세는 반대로 상승세를 타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액은 100만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기본 보증금에 월세를 같이 내는 반전세(준월세+준전세)도 늘었고 보증금 수준이 10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는 등 세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는 지적이다.



서울 월세 거래 아파트 10건 중 3건은 '100만원 초과'


고액 월세 부담은 통계로도 나타났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두 달 동안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월세 거래 아파트 중 100만원 초과 건수는 총 1만1668건으로 전체 월세 거래량(7만510건)의 16.5%에 달했다. 특히 서울은 100만원 초과 고액 월세가 전체(1만6558건)의 30.7%(5076건)를 차지했다. 서울 평균 월세 금액은 2년 전과 비교하면 85만원에서 92만원으로 8.1% 올랐다.

지난 3월6일 찾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구축 아파트들이 뒤섞인 지역의 단지 내 상가와 좁은 도로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소 유리창에 붙어 있는 신축 아파트 매물은 순수월세보다 '반전세'(보증금을 건 후 전세금의 일부를 월세로 내는 전세)가 많았다. 보증금이 낮으면 월세는 200만원대였고 100만원 미만의 월세는 보증금이 7억~10억원에 달했다.

2016년 준공된 1081가구 규모의 신정동 '목동힐스테이트' 112동 100㎡(이하 전용면적) 임대 매물은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70만원이었다. 2020년 9월 당시 거래된 물건의 경우 월세는 70만원으로 동일했지만 보증금은 6억8000만원이었다. 2년 반 만에 보증금이 3억원 이상 뛴 것이다. 같은 동 84㎡ 매물은 2021년 보증금 1억원, 월세 19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같은 규모의 물건이 보증금은 1억원으로 같았지만 월세는 250만원으로 60만원 올라 임대됐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부터 월세를 내놓는 집주인과 이를 찾는 세입자들도 많아졌다"며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것보다 보증금은 올리되 월세는 낮춘 매물을 찾는 세입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급락하는 전세시장… 전세 수요 다시 늘어날까


지난 3월6일 찾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래미안목동아델리체'. /사진=신유진 기자
목동힐스테이트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목동아델리체'도 올해 월세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 아파트 101동 84㎡는 지난해 전체 월세 거래 건수가 3건에 불과했지만 올 2월 한 달 동안에만 4건이나 거래됐다. 보증금 대신 월세가 상승한 매물도 있었다. 103동 84㎡는 2020년 12월 보증금 2억원, 월세 165만원이었으나 올 1월엔 월세가 200만원으로 올랐다.

지방은 월세액 증가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최근 2년 새 월세 상승 폭이 가장 큰 곳은 울산으로 34만원에서 58만원으로 7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경상북도 62.1%(31만원→50만원) ▲강원도 45.7%(34만원→49만원) ▲충청북도 45.7%(31만원→45만원) 등의 순이다.

올해 고액월세 바람이 불고는 있지만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 수요자들이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전세시장 불안으로 전세사기 위험이 비교적 낮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안전 비용으로 고액 월세를 지불하는 사례가 확실히 늘어난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은 있지만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월세보다 전세 비율이 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올들어 '전세의 월세화'는 지난해보다는 줄긴 했지만 고가 월세를 찾는 수요자들은 여전하다"며 "전세사기 영향으로 월세 거래가 (전세보다) 더 많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양천구의 경우 재건축 때문에 일부 단지들의 가격이 많이 올라갔지만 전반적으로 전세 매물들은 적체돼 있어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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