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덕후’가 밝힌 34개 등대 사연[책과 삶]
세상 끝 등대
곤살레스 마시아스 지음·엄지영 옮김
오렌지디 | 160쪽 | 2만2000원
21세기에 등대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바다 위 선박들은 인공위성과 GPS를 통한 내비게이션, 수중음파 탐지기에 의존해 항해한다. 등대지기는 대부분 일터를 떠났다. 남은 등대는 관광용이다.
그래도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 항구의 불빛이 비치지 않는 외딴 곳에 우뚝 솟은 등대는 여전한 낭만의 상징이다. 그곳엔 고독 속에 살아온 등대지기의 삶, 거친 바다를 항해하던 선박의 이야기, 등대를 세웠던 19~20세기의 역사가 있다. 작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곤살레스 마시아스는 <세상 끝 등대>를 통해 전 세계 34개 등대의 사연과 정보를 전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로 보여준다. 각 등대는 한쪽의 이야기, 한쪽의 이미지, 한쪽의 정보, 한쪽의 해도로 전달된다.
마치커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단 태즈메이니아에서 떨어져 나온 바위섬이다. 이 바위섬에 1891년 등대가 세워졌다. 시속 100㎞의 강풍이 불고 1주일에 5일은 비가 내린다. 육지와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통신용 비둘기였다. 이곳에서 등대지기로 일한 뒤 회고록을 출간한 존 쿡은 천둥 번개가 무서웠지만, 앞바다에 온 고래를 구경하고 밤하늘의 남극광을 볼 때는 행복감에 젖었다고 돌이켰다.
등대에 낭만적인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태평양에 면한 미국 오리건주 틸라무크 해안 근처 바위섬의 등대에선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 등대 건설을 위해 도착한 건설업자는 내리자마자 실종됐다. 이후 건설된 등대에서도 고립된 생활, 잦은 폭풍에 지친 근무자들 사이 불화가 이어졌다. 다른 근무자를 죽이려 했다가 들통난 사람, 극도의 신경과민과 정신질환으로 이송된 사람도 있었다. 등대 기능을 다한 이곳은 한 부동산 개발업자 손에 넘어가 ‘영생의 바다 납골당’으로 활용 중이라고 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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