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정치 참여 막는 ‘팬’으로 규정한 공격[책과 삶]
‘팬덤 정치’라는 낙인
조은혜 지음
오월의봄 | 216쪽 | 1만6000원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팬덤과 민주주의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통합위는 “ ‘팬덤 정치’의 출현이 토론과 타협을 어렵게 하고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며 특위 출범의 배경을 밝히고, 관련 연구를 통해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팬덤 정치를 겨냥한 것은 여당만이 아니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20대 대선과 제1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팬덤 정치를 꼽았다. 정말,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노사모’ ‘박사모’ 등으로 대표되는 팬덤 정치에 있을까.
<‘팬덤 정치’라는 낙인>은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책은 팬덤 정치는 현재 거대 양당 중심의 정당 정치가 가진 한계와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며, 팬덤 정치라는 낙인이 근본적인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시민의 정치 참여가 아니라 내부 성찰을 수행하지 않는 정당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 연구자인 저자 조은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 13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팬덤 정치 담론이 시민에 대한 멸시와 혐오의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고찰했다.
책은 저자가 중앙대 사회학과 대학원에 재학하며 지난해 발표한 석사 학위 논문을 발전시켜 엮은 것이다.
저자는 팬덤 정치라 불리는 시민의 정치 참여가 무결하지 않다면서도, 이를 성찰적·비판적으로 보기 위해서라도 낙인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시민과 팬을 등치시켜 개념적 오류를 범하는 팬덤 정치 대신 ‘인물 지지 정치’라는 용어를 쓸 것을 제안한다. 시민의 정치 참여가 1960년대부터 지금의 형태를 갖추기까지 거쳐온 변화를 짚고, 그 과정에서 지지자와 정치인의 관계 등 지지 문화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살핀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팔 스쳤다고···4세 아이 얼굴 ‘퍽’, 할머니 팔 깨물었다
- 이 녀석 죽이려고 63억 썼는데···“이런 지독한 놈은 처음”
- [공식] 지연·황재균, 결국 이혼 인정…“합의 하에 조정 절차 중”
- [단독] ‘김건희 논문 의혹’ 증인들, 국감 앞서 출국…요양·가정사 이유 불출석도
- [단독] 근무 때 옷 벗고 태닝하고, 불법체류 여성 노래방 불러내고…해경 ‘얼빠진 비위’
- 이준석 “윤 대통령과 치맥회동, 명태균 기획 아냐” 반박
- [단독] “잘 먹어야 잘 싸운다” 말해 놓고...내년 병사 급식 단가 동결·간식비 삭감
- “멀쩡하던 스마트폰이 벽돌 됐다”…구형 갤럭시폰 ‘무한 부팅’ 대란
- ‘20대 여성 BJ 살해’ 40대 징역 25년…“반성 찾아볼 수 없어 엄벌 불가피”
- [단독]“평생 못 본 아빠 대신 내라구요?”···상속포기해도 계속되는 응급실 의료비 대납 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