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교실, 뻔한 교육···학교를 리디자인하라[Books &]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2023. 3. 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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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뻔하다.

건축가이자 디자인 컨설턴트인 로니 짐머 닥터리,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명예교수 리처드 엘모어가 함께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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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학교
프라카시 나이르 외 2인 지음, 창비에듀 펴냄
네모난 교실·칠판만 보는 아이들
공장서 제품 찍어내듯 가르치는
산업혁명시대 교육의 잔재 여전
디지털로 급변하는 현실에 맞춰
교육공간도 창조적으로 바꿔야
[서울경제]

학교는 뻔하다. 네모 반듯한 교실 앞쪽에 칠판이 걸려 있고, 아이들의 책상은 일제히 앞을 향하고 있다. 때때로 모둠을 만들며 책상배치를 옮기기도 하지만 크게 바뀌는 건 없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학교가 도입된 일제강점기 이래로 100년 이상 이 모습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따르고 있는 이 형태는 ‘방과 종(cells and bells)’ 모델이다. 학생들이 방 형태의 공간에서 학교생활을 진행하고 종이 울리면 똑같이 생긴 다른 방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산업혁명의 잔재다. 대학진학이나 진로에 관한 준비를 마친 ‘교육된 학생’들을 ‘제품’처럼 생산하겠다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교육이 공장과 같은 환경에서 대량 생산될 수 있다는 발상이 지금의 학교 환경을 만들었지만, 이 모델의 근본적 결함은 이미 모두 알고 있다. “모든 학생은 저마다 다르기에 그들에게 동일한 프로세스를 적용한다고 해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교육은 지금 격변기에 놓여있다. 인터넷의 등장과 기술 발달의 여파다. 당장 내후년인 2025년부터 AI(인공지능) 교육이 정규 교과에 도입될 예정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대화형 AI인 챗GPT를 수업에 접목하는 사례도 있다. 과연 현재의 ‘학교’는 괜찮은 것일까?

학교 설계 분야에서 혁신적 리더로 평가받는 프라카시 나이르가 ‘내일 학교’라는 이름의 새 책으로 질문을 던진다. 건축가이면서 미래학자인 프라카시 나이르는 16년간 전 세계 52개국의 학교를 대상으로 건축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했다. 학교 디자인 분야의 세계 최고 영예인 A4LE 맥코넬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한 실력파다.건축가이자 디자인 컨설턴트인 로니 짐머 닥터리,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명예교수 리처드 엘모어가 함께 집필했다.

학교란 무엇인가. 책은 “학교가 더 이상 그 본래 목적인 ‘콘텐츠와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로서 존재할 수 없음"을 대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학교의 존재 이유가 더 이상 일반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데 있지 않다면 학교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공동저자 중 한 명인 리처드 엘모어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명예교수는 “학습이 교육의 직접적인 결과로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학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험과 지식이 쌓이는 가운데 이해·태도·신념을 의식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고, 학습 역량은 호기심이라는 하나의 핵심요소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공부가 책상 앞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는 것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학습 그 자체는 부차적인 활동이며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항상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책의 부제는 ‘교육을 바꾸는 디자인의 힘’이다. 원제는 ‘러닝 바이 디자인(Learning by Design)’이다. 여기서 디자인이란 인테리어나 장식 수준의 물리적 의미가 아니다. ‘의도’로 이해해야 보다 정확하다. “교육적 경험에 있어서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인 인격 형성기의 아이들에게 가장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칠 요소가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환경”을 추구한다. 학교를 학생들을 위한 풍부한 경험이 모인 장소로 만들 수만 있다면 풍요로운 배움의 기회는 절로 뒤따른다.

책은 △생활하기 △놀기△참여하기△창조하기의 네 가지 요소를 살펴보고 이를 통합할 수 있는 학교를 제시한다. 학교 혁신이 꼭 기존의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기존의 공간을 방학같은 시기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바꾸거나 혹은 학교의 여러 주체들을 변화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컴퓨터의 학습능력을 탑재한 AI와 공존할 시대의 아이들을 위해 진정한 배움의 의미, 교육 생태계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그려볼 때다. 2만3000원.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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