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음모론에 빠진 부모님 알고리즘 바꾼다고 해결 될까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3. 3. 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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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선동에 마비된 현대사회
신념 변화시키는 건 어려운 일
대화로 마음 바꾸는 '딥 캔버싱'
그들의 주장에 반박하지 말고
구체적 경험·스토리텔링 활용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게 해야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에 매료되고 처음 품은 생각을 철회하거나 바꿀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한숨을 쉬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이런 생각을 품게 된다.

'저걸 진짜로 믿는 사람이 내 가족, 내 형제, 내 친구란 말인가?'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그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 전에 내 생각을 바꾸는 게 더 빠를 것만 같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잦아지는 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거짓과 선동에 마비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품은 신념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을 것만 같다.

9·11 테러 음모론자, 동성 결혼 등 미국 사회 내 논쟁적인 이야기를 사례로 다루는 이 책은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 사회에서 도저히 이해 불가한 '그들'의 마음을 바꾸는 희망적인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단 한 번의 대화로 '그들'의 마음을 역류시키는 방법은 정말로 있을까.

책의 서문은 이렇게 열린다.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바꾸고 싶었다.' 아버지와의 고집과 불화를 기억하며 그는 마음을 바꾸는 일의 가능성을 품게 됐다고 쓴다.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상황은 엇비슷하다. 정치 극단주의에 빠진 친구가 있고, 가짜뉴스에서 허우적대는 부모님이 있으며, 길거리에서는 사이비교 광신도가 전도해 온다. 변화할 생각도, 소통할 생각도 없는 이들이 우리의 세계의 대부분을 이룬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선 '중년 가드'란 말이 유행이다. 음모론으로 도배된 부모님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일부러 바꾸는 20·30대를 일컫는다. 조악한 문체, 입에 담기 힘든 말투, 근거와 검증 미비, 혐오와 차별의 주장, 실체를 알 수 없는 전문가로 채워진 가짜뉴스를 못 보게 하려는 시도다. 비정상적인 뉴스를 차단하게 만들려는 것이지만 저자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방법 데이비드 맥레이니 지음, 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만원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심리적 연금술'은 없을까. 저자는 10분, 20분간의 대화로 상대방 마음을 바꾸는 '딥 캔버싱' 기법을 오래 취재했다. 딥 캔버싱이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사용된 유권자 설득 방법으로, 설득의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기법을 뜻한다고 한다. 텔레비전 광고나 홍보물보다 100배 효과적이란 사실이 조사되기도 했다. 딥 캔버싱의 방법이란 이런 것이다.

첫째, '그들'의 주장에 반박하지 않는 것이다. 의견에 논리로 맞서려 할 때 사람은 신체적 위협을 당한 것과 같은 두려움에 빠진다고 한다. 따라서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게 된 방법을 되돌아보고 모순을 깨닫게 만드는 게 딥 캔버싱이다. 둘째, 구체적인 경험이 백 마디의 수사보다 낫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성은 감정의 노예다"(데이비드 흄)란 말을 기억해보자. 실제 경험은 강한 감정을 유발하고 결국 마음을 바꾼다. 셋째, 스토리텔링은 라포르(rapport)를 형성한다. 라포르는 두 사람 사이의 신뢰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를 뜻한다. 제3자의 이야기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이라도 '그들'과 우리 사이에 접점은 생긴다.

애초 비관론자에 가까웠던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발견했다고 털어놓는다. 스스로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그동안 노예제, 여성 차별, 동성 결혼 등 굵직한 역사에서 스스로 오류를 인정하고 이를 전환해 진보의 길을 걸어왔다.

이 과정에서 설득, 대화, 경청은 인간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모든 설득은 자기 설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며, 그런 점에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기와 편견에 절망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끊임없는 질문이 견고한 벽을 두드리고 마침내 균열을 낼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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