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난다” 신고에 극단적 선택 의심... 객실엔 오물·쓰레기만 한가득
30대 여성이 서울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 객실을 오물과 쓰레기 등으로 엉망을 만들어 놓은 뒤 잠적했다.
10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30대 여성 A씨는 서울 강남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을 월세로 계약했다. 그러나 11월 한 달을 제외하고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간 연락 두절 상태로 월세를 내지 않았다. 이에 운영 업주 B씨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려던 찰나, 다른 입주민에게서 “옆 방에서 악취가 난다”는 불만이 접수됐다. B씨는 A씨가 객실 내부에서 극단적인 선택이라도 했을까 우려해 경찰과 구급대원을 동원해 문을 따고 들어갔다.
그러나 A씨는 온데간데없었다. 방 안은 오직 온갖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차 있었다. B씨가 제보한 영상을 보면, 부엌·화장실·침실 할 것 없이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쓰레기 더미에 A씨가 파묻혀 있을 가능성을 우려한 경찰이 이를 파헤쳐 보지만 택배 상자, 가득 찬 종량제 봉투,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남은 일회용품 등의 흔적만 계속해서 나온다. A씨는 객실 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라 B씨가 경찰 및 구급대원과 방 안에 들어갔을 때 객실은 냉방과 보일러 모두 최고로 틀어져 있었다. 공기는 차갑고 바닥은 뜨거웠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은 사건반장에 “재물손괴죄나 업무방해죄를 따져볼 수 있다”면서도 형사 처벌 보다는 민사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청구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물손괴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A씨가 객실 내 물건을 부순다기보다는 저장강박증 비슷하게 쌓아둔 모습을 보인다”며 “쓰레기 처리 비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박종석 구로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저장강박장애가 의심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조선닷컴에 “단순 저장강박을 넘어서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극심해져 자신의 개인위생에도 무관심해지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A씨는) 사회적으로 고립, 단절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가까운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사회적 차원으로도 지속적인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일 저장강박증이 맞는다면,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우울감과 불안감에 먼저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비슷한 사연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당시 서울의 한 고시원 업주가 고시원 커뮤니티 ‘아이러브고시원’에 관련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4평 남짓한 평수의 방에 쓰레기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업주는 “방에서 대소변을 봤는지 지린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하고 초파리와 구더기가 바글바글했다”고 설명했다. 또 공용 주방에서 사라진 식기도 전부 문제의 방에 있었다고 한다. 이 글에는 다른 고시원 업주들이 비슷한 사연을 공유했다.
의학 지식 정보를 제공하는 MSD 매뉴얼에 따르면 저장강박장애 발병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하게 규명되진 않았지만, 보통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게서 많이 관찰된다. 박 원장은 치료 방법으로 ▲약물치료 ▲환자와의 타협 시도 ▲정신사회 재활치료 등 세 가지 방법을 들었다. 그는 “우선은 약물치료를 통해 환자의 불안감·우울감을 조절해줘야 한다”며 “물건에 대한 소유욕과 강박이 매우 심한 상태이므로 교환 수단을 매개로 타협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점진적으로 대인관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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