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수들의 타격 자세, 그리고 우리 지도자들 [헐크의 일기]

김동영 2023. 3. 1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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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3번 타자 글렌디닝(오른쪽)이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대한민국과 경기에서 7회초 김원중을 상ㅐ로 역전 3점포를 때린 후 홈에 들어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번 경기를 보면서 호주 선수들의 타격하는 자세를 유심히 보게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호주의 타격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한국과 호주의 비교를 투수와 타격으로 논한다면, 우리 국가대표 투수들이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호주 팀보다 뛰어나다. 거기에 비해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의 타격은 호주 선수들보다 뒤떨어지는 것을 보게 됐다.

호주 타자들이 안타와 홈런을 많이 쳐서가 아니다. 그들의 스윙을 보면 무엇이 우리들보다 나은 지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호주 팀이 어린시절부터 우리나라 청소년들처럼 많은 연습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야구 스타일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이다. 어린시절부터 철저하게 배우기 때문에 기본기를 잘 갖추고 있다. 적은 훈련으로도 나이가 들수록 급격하게 기량이 올라오는 것이다.

일단 어린 시절부터 볼을 티에 올려놓고 타격연습을 한다. 두 번째로 타격할 때까지 많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타격자세를 가르친다. 즉 어린 때부터 타격할 때 제자리에서 타격하는 연습을 꾸준하게 시킨다는 이야기다.

‘우리 타자와 호주 타자들의 스윙이 무엇이 다르냐?’ 반문하겠지만,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타자들은 스윙이 대체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 이들 호주 타자들은 정말 짧은 스윙으로 나오면서 팔로우 스윙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차이점이다.
호주 8번 타자 퍼킨스가 9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대한민국과 경기에서 8회초 양현종을 상대로 3점포를 때린 후 홈에 들어오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도 이들처럼 짧은 스윙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이미 지도자들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왜 이들이 빠른 볼이나 체인지업에 잘 적응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린 시절부터 몸을 이용한 타격 자세를 많이 가르킨다. 한 예를 들면 이승엽이나 강백호 같이 타격하는 순간 타석에서 많이 움직여서 타격하면 모든 어린 선수들이 모방을 하며 그들의 타격 자세를 따라한다.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몇 명 되지 않는 선수다.

물론 제대로 된 훈련을 가르치고, 제대로 된 기술을 선수들에게 전달했다면 지금쯤 한국야구는 세계 최강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훈련으로 인해 기량이나 기술이 성장하지 않고 어린 선수들에게 지치고 힘든 노동만 시킨 꼴이 됐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강한 스파르타식 연습이 필요한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건방진 이야기 일지 모른다. 솔직히 많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훈련을 많이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올바른 훈련과 올바른 기술을 선수들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먼저 지도자들이 많이 공부해야 한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교육 받으며 자랐다. 그렇다보니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서면 갖다 맞추는 것은 정말 잘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좋을지 모르나 선수들에게는 마이너스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이 지난해 12월8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 호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호주 야구는 적은 훈련양으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거기에 비해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나 선수 그리고 프런트는 깨달아야 한다. 당장 눈 앞의 1승을 위해 달려갈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장래와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선수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삼진을 먹더라도 어린시절부터 과감하게 자기 스윙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나라 야구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물론 투수도 마찬가지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고 해서 밀어 넣으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해서도 안 된다.

야구를 처음 시작하게 되는 어린시절부터 야구의 기본을 중요시 하는 훈련이 체계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야구를 사랑하는 후배 지도자들이 지금도 후배 육성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야구의 기본인 캐치볼과 스윙에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가지고 어린선수들을 지도해 주기를 바라본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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