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로 낳아 '미생물 샤워' 못시킨 아기, 모유로 부족한 미생물 보충

박정연 기자 2023. 3. 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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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질에서 발견되는 대표적인 유익한 미생물 락토바실러스. 위키미디어 제공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에 비해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바이옴(체내 미생물)'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산모의 산도를 지나며 미생물을 얻지만 제왕절개로 태어나면 이 과정을 거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도 모유를 수유하면 태어날 때 산모한테서 받지 못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보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태어난 후 일정 기간 모유를 섭취하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와 유사한 수준의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후터 피터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셀 숙주와 미생물’에 발표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수많은 미생물로 구성된 생태 환경을 의미한다. 아기는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처음 체내에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성한다. 무균 상태인 엄마의 자궁에 있는 태아는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은 채 성장한다. 출산이 이뤄질 때 자궁에서 질로 이어지는 산도(産道)를 지나면서 비로소 마이크로바이옴을 전해 받는다. 특히 미생물이 많이 서식하는 질을 통과하면서 상당한 양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신체에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세균 샤워’라 한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는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출생 직후 충분한 마이크로바이옴을 획득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연구팀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이 마이크로바이옴을 어떻게 보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출산을 앞둔 네덜란드 산모 1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 2시간, 1일, 1주일, 2주일, 생후 1개월 각 시점마다 피부, 콧물, 침, 점막 등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채취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획득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산모의 피부, 모유, 코, 목구멍, 분변, 질에서 총 여섯 종류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채취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절반 이상은 엄마에게서 전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성된 마이크로바이옴의 58.5%는 엄마가 가진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과 거의 일치했다. 

다만 출산 방식에 따라 아기가 가진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은 상이했다. 자연분산으로 태어난 아기의 경우 대부분이 질과 분변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었다. 산도를 지나는 과정에서 엄마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아기에게서 확인된 마이크로바이옴은 엄마의 피부, 모유, 코, 목구멍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유사한 성분을 갖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모유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산도를 지나가지 않는 제왕절개 출산아도 충분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모유 수유는 감염에 취약한 아기가 안전하게 마이크로바이옴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의 제1저자인 데비 보개트 영국 애든버러대 연구원은 “엄마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을 전해 받지 못한 제왕절개 출산아에게 모유 수유는 훨씬 중요하다”며 “신생아가 마이크로바이옴을 획득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한 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매우 ‘똑똑한 시스템’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이 아기의 장기적인 발육이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엄마로부터 전해 받지 못한 나머지 41.5%의 바이크로바이옴의 특성을 밝히는 것도 학계의 과제라고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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