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안 보고 사네요"…폭락 진원지→갭투자 맛집 '반전'

이송렬 2023. 3. 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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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강동구, 전셋값 보다 집값 더 떨어져 '갭투자' 유리
"수도권·지방 각 지역서 집 보러 오기도"
"가격 반등하자 소강상태"
"'바닥론' 시기상조" 의견도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강남 4구인 송파구와 강동구에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하락하면서 진입을 노리고 있던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갭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여윳돈 없이 전세를 끼고 사다보니 매매 중에 갭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늘고 있다.

10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동안 서울에서 갭투자 건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 1위에 송파구였다. 해당 기간 거래가 333건 이뤄졌는데 이 가운데 27건이 갭투자로 나타났다. 비율로 보면 8.1%다. 이어 강동구도 3위를 기록했다. 전체 거래 286건 가운데 24건(8.3%)이 갭투자로 나타났다.

범위를 5위까지로 넓혀보면 2위엔 노원구(276건 중 24건, 8.6%) 4위엔 강남구(22건 중 13건, 5.8%), 5위엔 동대문구(170건 중 9건, 5.2%) 등이었다. 소위 서울에서 상급지로 불리는 강남 4구 내 자치구가 3곳이나 포함됐다.

갭투자가 늘어난 까닭은 지난해부터 집값이 크게 출렁여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송파구 대표 단지인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해 1월 23억7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지만, 올해 1월엔 15억3000만원을 기록, 1년 만에 8억4000만원 내렸다. 같은 기간 12억8000만원이던 전셋값은 8억9000만원으로 내려 3억9000만원 하락했다.

매매 가격이 전고점에서 54.9% 내리는 동안 전셋값은 43.82%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지난해 1월엔 '헬리오시티'를 갭투자로 구매하려면 10억9000만원이 필요했지만, 올해 1월엔 6억4000만원만 있으면 갭투자가 가능했던 셈이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에 갭투자 관련 매물이 붙어있다 사진=이송렬 기자


강동구 상황도 비슷하다. 고덕동 대장 아파트인 '고덕그라시움' 전용 84㎡는 지난해 2월 17억50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올해 1월엔 14억4700만원에 거래됐다. 1년 새 4억9100만원(38.23%) 내렸다. 전셋값은 약 1년여 만에 9억4000만원에서 7억3000만원으로 2억1000만원(28.76%) 하락했다. 작년 1월 '고덕그라시움'을 사려면 8억3500만원, 올해 2월엔 5억5400만원만 있으면 살 수 있었다.

올해들어 갭(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이 더 줄면서 현장 공인중개사들도 바빠졌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1~2월에 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많았다. 중개한 매물의 80~90%는 갭투자 매물이었다"며 "어떤 실수요자는 당장 집에는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나중을 생각해 미리 세를 끼고 집을 매수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 대전, 대구 등 지방에서도 집을 보러 왔다"고 귀띔했다.

고덕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연초에 못해도 100여건의 거래는 있었다. 한 실수요자는 동과 층수만 보고 적정한 가격이라고 생각했는지 집도 보지 않고 바로 세를 끼고 사기도 했다"며 "송파구는 여전히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지만 강동구는 지난해 11월 비규제지역으로 풀린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많다. 가격이 반등하면서다. 현 시세 기준 '헬리오시티' 전용 84㎡ 매매가격은 17억~18억원, 전셋값은 8억원 중반을 넘어섰다. '그라시움' 역시 전용 84㎡ 기준 매매 호가는 15억원 중반~16억원까지, 전셋값도 7억원 중반까지 올라왔다. '헬리오시티'는 전용 84㎡ 기준 최소 10억원, '고덕그라시움'은 8억원 이상 있어야 갭투자를 할 수 있다.

가락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고점 수준은 아니지만) 집값이 바닥을 찍고 다시 오르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가격을 보고 주춤하고 있다"며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는 호가가 수천만원 올라도 추격 매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그렇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주택 및 아파트 단지.사진=뉴스1


일각에서는 잠깐의 반등이라면서 매수 자체를 고민해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송파구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6~7년간 집값이 치솟았고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았다"며 "지금이 바닥인지 아닌지는 결국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정부가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일시적으로 반등한 것으로 본다. 투자든, 실수요자든 조금 더 지켜보고 진입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강동구까지 포함한 동남권 집값은 지난해 5.45% 하락했다. 송파구가 8.03% 하락하면서 가장 많이 내렸고 이어 강동구가 6.8% 내리면서 송파구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동남권 집값은 1.71% 떨어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강동구가 2.97%, 송파구 1.62% 내렸다. 다만 송파구는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0.03% 올라 상승세로 반전했다. 지난 5월 넷째 주(23일)부터 42주간 이어졌던 하락 고리를 끊어낸 것이다. 강동구도 같은 기간 0.15% 내려 전주(-0.22%)보다 낙폭을 더 줄였다.

거래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송파구에서 이뤄진 거래는 191건, 강동구에서 이뤄진 거래는 162건으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건, 62건보다 각각 4.7배, 2.6배 늘어났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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