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라는 존재,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다각도로 해석하기[작가의 서재]

2023. 3. 1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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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러한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서 동물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물리적 장소이자 상징적 자리로서 집이 한 사람의 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한 그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어머니'다.

"나는 네 덕분에 또 조금 성장한 것 같다." 이 용감한 책을 여성이자 딸이자 어머니인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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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러한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이에요”라는 말 외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돌이켜보니 엄마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음식이나 드라마 취향 정도랄까. 친구나 연인에 대해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언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언제 불행하다고 느끼는지 잘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엄마에 대해서는 새삼 이토록 몰랐구나 싶다.

작가 하재영은 일상적인 것을 새롭게 만들고,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하는 작업에 능숙하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에서 동물권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물리적 장소이자 상징적 자리로서 집이 한 사람의 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구한 그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어머니’다. 너무도 가깝고 당연한 존재, 그런 탓에 마치 그림자처럼 그 자리에 있되 우리 눈에 띄지는 않았던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휴머니스트)는 이런 어머니라는 대상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다각도로 해석하려는 새로운 시도다.

에밀리 디킨슨의 유명한 문장에서 제목을 빌려온 책에서 저자는 어머니의 생애를 인터뷰하며 그와 교차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쓴다. 한 인물의 특정한 시기를 어머니와 딸, 두 사람의 관점에서 번갈아 바라보는 작업은 ‘어머니’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 명의 인간을 이해하게 만들며, 그러면서도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모든 딸들, 어머니들의 어머니들과 딸들의 딸들이 강력한 연관성으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동시에 모두가 다른 삶을 살았고, 살고자 했음을.

우리 사회가 그려내는 바람직한 어머니상은 그야말로 완벽하다. 너무 애착해도, 너무 무심해도, 너무 사랑을 표현해도, 너무 엄격해도, 너무 유약해도, 너무 강해도, 너무 약해도, 너무 간섭해도, 너무 방임해도, 너무 희생해도, 너무 이기적이어도 안 되는 ‘어머니’. 따라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러한 실패에 대해 여태껏 모든 비난과 책임을 뒤집어써 왔다. 저자는 이처럼 이상화된 어머니상에 문제를 제기함과 동시에 여성이자 딸이었던 자신 또한 한때는 이러한 믿음에서 예외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어머니와 할머니, 사랑하는 두 사람이 ‘고부 관계’라는 종속적인 사이였음을 깨닫고 갈등하고 분열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 제목은 저자의 말마따나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어머니로만 인식했던 이 세상의 모든 존재를 ‘어머니’를 넘어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겠다는 결심이자, 가부장제가 만들고 강요했던 모성 신화를 거부하는 선언인 동시에, 지금껏 이어졌던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서 ‘나 자신’으로 새롭게 살겠다는 다짐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서 한때 딸을 미워했음을 고백하던, 그에 대해 용서를 구하던, 과거 멀게만 느껴지던 딸과 뒤늦게 가까워짐에 행복해하던 저자의 어머니는 말한다. “나는 네 덕분에 또 조금 성장한 것 같다.” 이 용감한 책을 여성이자 딸이자 어머니인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읽었다.

한승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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