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법’ 황급히 대응 나선 정부

이본영 2023. 3. 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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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따른 한국 업체들의 피해 우려를 논의하려고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정책에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 동향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은 9일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둘러싸고 삼성전자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기술 '협력'이라는 명목 아래 영업 기밀, 그중에서도 기술정보를 공유하라는 요구를 받을 우려가 있다. (이 정보가) 미국 경쟁사인 인텔이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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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방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미 정책, 상당히 문제될 수 있어”
핵심정보 노출 등 위험 커지자
미와 협의 나서며 우려 메시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8일 미국 워싱턴 근교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 따른 한국 업체들의 피해 우려를 논의하려고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의 정책에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미 동맹의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미국의 ‘안하무인’적인 산업 정책으로 한국 경제의 생명줄인 반도체 산업이 큰 위험에 노출되자 황급히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안 본부장은 8일(현지시각) 워싱턴 근교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28일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390억달러(약 51조5천억원) 규모의 보조금 심사 기준을 공개한 것에 대해 “우려되는 부분이 있고, 우리 산업계의 특수한 상황도 많아” 협의하러 왔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심사 기준이 “과도한 정보를 요청한다거나, 중국 비즈니스와 관련해 제한을 많이 건다거나, 초과 이윤 (환수조항) 같은”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심사 기준에 기업의 영업 비밀에 해당될 수 있는 생산시설·원재료 공개나 주요 고객 명단 제출까지 넣은 것은 지나치다는 의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6일 같은 취지의 견해를 드러내며 우려했다.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심사 기준에는 기업이 예측치보다 많은 이윤을 거두면 보조금의 75%를 넘지 않는 선에서 회수하고,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서 10년간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등도 담겨 있다. 특히 중국 투자조항은 시안과 우시에 각각 대규모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에 직접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투자 ‘가드레일’에 대해선 조만간 자세한 지침을 내놓을 계획이다.

안 본부장이 미국의 정책에 명확한 견제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쯤에서 한국의 불만을 명확히 밝혀두지 않으면, 지난해 한국 수출의 18.8%(1292억달러)를 차지한 반도체 산업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보조금 혜택을 볼 수 있는 주요 반도체 기업은 대만 티에스엠시(미국 내 투자 예고액 400억달러), 미국 인텔(500억달러), 한국 삼성전자(170억달러) 정도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업 규모(2021년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에 견줘 그리 많은 액수가 아닌 보조금에 목매다 보면,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 미국 정부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

이는 과도한 우려가 아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 동향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둘러싸고 삼성전자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며 “기술 ‘협력’이라는 명목 아래 영업 기밀, 그중에서도 기술정보를 공유하라는 요구를 받을 우려가 있다. (이 정보가) 미국 경쟁사인 인텔이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티에스엠시를 보유한 대만에서도 보조금 심사 기준이 공개된 뒤 강한 반대 의견이 쏟아지는 중이다.

이 문제는 다음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때도 주요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도 반도체법이 동맹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당히 신경 쓰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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