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10년, 폭넓은 지지속 내부선 보혁 갈등

신창용 2023. 3. 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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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로 즉위 10주년…교황 탈권위 파격 행보에 보수파는 반발
추기경단 대거 교체…후계구도 프란치스코 교황에 유리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오는 13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유례없는 자진 사임 후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가 시작된 지 이틀 만인 2013년 3월 13일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직후 교황 전용 의자에 착석한 채로 추기경들의 축하 인사를 받지 않고 일어서서 받았다.

이는 바티칸에서 이전까지 통용됐던 관례의 변화를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전임자들이 애용한 순금 가슴십자가 대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장 시절부터 착용한 철제 가슴십자가를 지금도 착용하고 있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의 성자'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길을 따르겠다며 역대 교황 중 누구도 갖지 않았던 그 이름을 선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즉위명처럼 2013년 즉위 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세상과 교회의 중심으로 이끌기 위해 애썼다.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권위와 격식을 버리고 스스로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했고, 가난한 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더 자비롭고 덜 위압적인 자세를 지킬 것을 교회에 촉구하면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는 바티칸 은행 감독 위원회에서 매년 추기경들에게 2만5천유로(약 3천500만원)를 보너스로 지급하던 관례를 폐지한 데서 시작해 교황청의 금융, 경제, 재정 개혁에도 앞장섰다.

소셜미디어(SNS)의 발달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하고 서민적인 행보가 널리 알려지며 그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교회 내의 반발은 극심했다. 가톨릭교회 내 보수 진영은 동성애, 낙태,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 의무, 불법 이민 문제 등 쟁점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 온 개혁적 태도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보수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는 신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하자 거세게 저항했다. 일부는 이 결정을 "야만적 행위"라며 강한 톤으로 성토했다.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신의 로트와일러(독일산 맹견)'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교회의 신앙과 교리를 지키는 데 투철한 모습을 보였다.

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런 흐름을 되돌리려 하자 보수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톨릭교회는 두 쪽이 났고, 교계의 보수와 개혁 세력은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10년 내내 깊은 골을 드러내며 균열상을 나타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초의 남미 출신이자 예수회 출신인 '아웃사이더' 교황이기에 보수 세력의 반발이 더 극심했다는 평가도 있다.

2017년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보수파는 교회에 맞게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지만, 개혁파는 세상에 맞게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이 양립할 수 있는 요구 속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포용적인 교회를 주창하며 개혁 행보를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이어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1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위기에 몰린 쪽은 보수 진영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에 반대하는 이들의 대들보였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지난해 12월 31일 선종한 데 이어 그의 뒤를 이어 보수파의 중심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은 지난 1월 세상을 떠났다.

전문가들은 두 거두의 잇따른 선종으로 보수 진영이 구심점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펠 추기경은 완고한 보수주의자로서, 그는 생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수행을 두고 "재앙", "대실패"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조지 펠 추기경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티칸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그(펠 추기경)는 많은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막강한 권위를 지닌 인물이었다"며 "그런 네트워크가 하루아침에 무너진다면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6년 언론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보수 성향 추기경 4명 중 2명은 이후 사망했고, 나머지 2명은 고령과 질환으로 인해 조용히 지내고 있다.

바티칸의 또 다른 고위 관리는 "그들(보수파)에게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펠 추기경의 후계자로 불릴만한 인물이 현재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파가 통합된 비전을 제시할만한 인물을 찾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있는 데 반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후계 구도까지 탄탄히 마련해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흥식 추기경이 포함된 지난해 8월의 추기경 서임식을 비롯해 8차례의 추기경 서임을 통해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132명 중 83명(63%)을 직접 임명했다.

콘클라베에서 새 교황으로 선출되려면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건강이 몇 년만 더 유지된다면 더 많은 추기경을 임명해 3분의 2 커트라인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 이 경우 후임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전에 동의하는 인물이 될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빨간색 비레타 받는 유흥식 추기경 (바티칸 EPA=연합뉴스)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70·오른쪽)이 2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식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추기경의 상징인 빨간색 사제 각모(비레타)를 받고 있다. 이날 유 추기경은 함께 임명된 19명의 신임 추기경과 함께 서임됐다. 한국인 추기경은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추기경, 염수정 안드레아(78) 추기경에 이어 유 추기경이 네 번째다. 2022.8.28 leekm@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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