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4만명, 영등포자이 200대1… 청약 시장에 봄이 왔나

정순우 기자 2023. 3.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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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도 11.5대1… “분양가 더 오를 것” 전망에 수요자 늘어
지난 8일 진행된 서울 올림픽파크 포레온 아파트 미계약분 89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4만명 넘는 청약자가 몰렸다. 사진은 이 아파트가 들어설 서울 강동구 둔촌동 공사 현장의 모습. /뉴시스

지난 8일 진행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미계약분 899가구 무순위 청약에 4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지난 1월 초기 계약률이 70%에 못 미쳐 한때 ‘미분양 우려’까지 나왔던 상황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또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분양된 GS건설의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1순위 청약은 200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미분양 우려가 높았던 청약시장 분위기가 3월 들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청약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건축 자재값 인상으로 향후 분양가가 계속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청약을 서두르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지방에서 높은 가격에 분양에 나선 단지들에선 여전히 미분양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청약 성적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양극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13개월 만에 100대1 넘긴 단지 나와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올림픽파크 포레온 무순위 청약은 899가구 모집에 4만1540명이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 46.2대1로 마감됐다. 이 아파트의 작년 12월 1순위 경쟁률은 3.7대1에 불과했다. 무순위 청약에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소형(전용면적 29~49㎡) 평형만 나온 탓에 미분양 우려도 있었지만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무순위 청약에서 거주지 제한 요건이 없어지면서 지방 거주자들도 대거 청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1순위 청약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접수시키며 평균 경쟁률 198.8대1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곳이 나오고 있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린은 11.5대1이라는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주택 사업자들의 청약 시장에 대한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서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지난 1월 43.9까지 하락했으나, 2월 61.9, 3월에는 82.2까지 상승했다. 이 지수는 100보다 낮을수록 분양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여전히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진 것이다. 부동산플랫폼 직방 조사에서도 전국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1·2순위 합산)은 지난 1월 0.4대1에서 2월 5.4대1로 높아졌다.

이런 변화는 정부 규제 완화와 ‘아파트값 바닥론’이 조금씩 나오는 시장 분위기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서 전용 85㎡ 이하 중소형 평형의 60%를 추첨제로 배정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모두 가점제로만 나오던 물량들이다. 이에 따라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 층과 주택 소유주들도 청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또 지난달 28일부터는 지방 거주자나 다주택자도 서울 무순위 청약을 신청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번 주(6일 기준) 0.21% 하락하며 4주 연속 낙폭이 축소됐다. 특히 송파구(0.03%)는 작년 4월 이후 11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자재값과 금리 인상 여파로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과 함께 최근 아파트값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심리도 청약 수요자들을 움직이게 만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방 고분양가 단지는 흥행 참패

하지만 청약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지방 아파트에선 여전히 미분양이 쏟아지고 있다. 광주 서구 광주상무역골드클래스는 191가구 모집에 43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고, 인천 미추홀구 더샵아르테도 최종 경쟁률 0.7대1로 마감됐다. 수원 팔달구 수원성중흥S클래스도 516가구 중 14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들 모두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1억~2억원가량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시장에 아파트 매물이 많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은 아파트는 수요자의 외면을 받는다”며 “예전처럼 ‘묻지 마 청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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