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초저금리 없다"…서머스와 블랑샤르 금리 논쟁

김정남 2023. 3. 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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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주최 대담
2020년대 더 높은 중립금리 시대 예고한 두 석학
국방비·환경 등 부채 확대로 금리 장기 상승 압력
장기금리 '얼마나 더' 높을 지에 대해선 의견 갈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초저금리는 당분간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경제 석학으로 손꼽히는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올리비에 블랑샤르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최대 화두인 ‘금리’를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지난 7일(현지시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아담 포센 PIIE 소장의 사회로 개최한 화상 대담에서다. 두 석학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했던 2021년 초부터 이번 고물가 국면을 정확하게 예측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들은 정부 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적자 압력 등으로 2010년대와 같은 초저금리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얼마나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갈렸다. 이데일리는 학계와 시장의 관심을 모은 이번 대담에 한국 언론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미국 동부시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개최한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PIIE, 김정남 특파원)

서머스와 블랑샤르의 ‘금리 논쟁’

두 석학이 주로 다룬 키워드는 실질 중립금리였다.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는 물가 상승까지 감안한 금리를 뜻한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 혹은 침체가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금리다.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감안한 장기 명목 중립금리를 2.5% 안팎(실질 중립금리 0.5%)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연준이 추정하는 실질 중립금리는 1980년대 3%대, 1990년대 2%대를 각각 보였다. 그 이후 2000년대 들어 급락했고, 급기야 2012~2018년 당시에는 0.1~0.2%대까지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로 불렸던 시기다.

미국 재무장관 출신의 서머스 교수는 “앞으로 인플레이션 수준은 (과거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며 “(2020년대의) 실질 중립금리는 1.5~2.0%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명목 중립금리, 다시 말해 이상적이고 편안한 경제 상태의 금리가 2020년대 들어서는 4%대는 될 것이라는 의미다.

서머스 교수는 그 근거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부채 증가를 들었다. 정부가 자금 조달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시장에서 국채 공급이 늘어 금리는 상승 압력(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그는 “지금 전 세계는 냉전 상태에 있다”며 “미국의 안보 지출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부채 비율은 97.0%를 기록했다. 향후 10년간 이보다 40%포인트는 더 오를 것이라는 게 서머스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없다”면서도 “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 금리가 0.03%포인트 상승하는 정도가 경험상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는 향후 10년간 실질 중립금리가 지금보다 1.2%포인트(40x0.03) 오를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현재 0.5%에 이를 더하면 2%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서머스 교수의 진단인 셈이다.

블랑샤르 교수 역시 장기 고금리 시나리오에 힘을 실었다. 블랑샤르 교수는 “연준이 미국 경제를 둔화시키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구조적으로 총수요의 회복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것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확장적인) 재정정책에 따른 초과 저축 때문”이라며 “금리는 더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블랑샤르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뉴욕·보스턴 연은 고문 등을 지낸 석학이다.

블랑샤르 교수는 또 다른 이유로 부채 증가를 들었다. 그는 “가장 주요한 것은 녹색 투자(green investment)”라며 “우리가 지구온난화와 싸우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정부는 빚을 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론하며 장기적으로 국방비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블랑샤르 교수는 그러면서 “이번 인플레이션 국면이 완화한 이후 연준은 정책 목표치를 2%에서 3%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질 중립금리 상승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2%를 고수하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로 읽힌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미국 동부시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개최한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PIIE, 김정남 특파원)

“2020년대 장기 고금리 시대 온다”

두 석학은 그러나 금리가 ‘얼마나 더’ 높은 수준까지 오를지에 대한 전망은 달랐다. 서머스 교수는 현재 실질 중립금리 0.5%에서 향후 2%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블랑샤르 교수는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2%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 차이는 향후 GDP 대비 연방부채 비율을 내다보는 시각에서 갈렸다. 블랑샤르 교수는 CBO의 장기 추정대로 지난해 97.0%에서 오는 2033년 118.2%로 약 20%포인트 상승한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서머스 교수는 이를 40%포인트로 두 배 이상 높여 잡았다. 서머스 교수는 “CBO의 예측은 10년물 국채금리가 3% 미만임을 가정한 것”이라며 “금리를 3.5%로 잡아도 2033년 118%인 전망치가 130%로 오른다”고 강조했다. CBO의 예측이 장기적인 경제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이견을 보인 점은 저축에 대한 진단이다. 블랑샤르 교수는 “기대수명이 늘고 은퇴 기간이 길어지면서 저축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가계 저축이 늘면 시중에 통화가 덜 풀려 금리는 하방 압력을 받는다. 다만 서머스 교수는 “최근 기대수명의 증가 추세가 상당히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며 “아울러 미국 노령층의 노동 참여는 상당 폭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래리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사진 아래)와 올리비에 블랑샤르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사진 오른쪽),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사진 왼쪽)이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미국 동부시간) PIIE가 개최한 화상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PIIE, 김정남 특파원)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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