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이성민, 배우가 가져야 할 책임감에 관하여
"'나를 넘어서는 것'은 모든 배우의 고민...늘 긴장하고 살아야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배우 이성민을 만났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대외비'(감독 이원태) 개봉을 기념해 마련된 인터뷰 자리였지만, 지난해 종영한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 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2022년은 그야말로 '이성민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자체 최고 시청률 26.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고, 뜨거운 흥행의 중심에는 순양 그룹을 이끈 진양철 회장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이성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내뱉은 대사는 곧 유행어가 됐고 극 말미 작품의 제목을 '재벌집 할아버지'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진양철 회장의 외전을 바라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취재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공감'을 했지만, 이를 돌아본 이성민은 "다 작품이 잘 돼서 캐릭터도 사랑받은 것"이라고 예상 밖의 대답을 꺼내며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제 대사를 그렇게 따라 한다면서요(웃음). 인기는 시청률로 느꼈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크게 오더라고요. TV에 처음 나왔을 때처럼 문자가 많이 왔어요. 연기는 특별한 게 없었어요. '역시 작품이 잘 돼야 캐릭터도 사랑받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거든요."
이성민은 정치판을 뒤흔드는 숨겨진 권력 실세 순태로 분했다.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서 조진웅은 대뜸 감독에게 "그래서 순태의 직업은 뭔가요?"라고 물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글을 쓴 감독도, 연기한 배우도 캐릭터의 직업을 알려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시 말해 작업하는 동안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단순한 궁금증은 들 수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요 조건'은 아니다.
여기에는 이성민이 가진 묵직한 힘이 깊게 자리했다. 그의 존재는 캐릭터가 가져야 하는 서사의 필요성을 지웠고, 그의 연기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클래식한 수염이 있고, 짧은 머리를 한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순태는 그 지역의 브로커죠. 지역, 중앙 권력과 결탁돼 있으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적 인물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을 갖고 있어요. 그 시대에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 않을까요. 권력의 힘, 그 정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리 한쪽을 저는 설정은 시나리오에 있었지만, 관련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었어요. 순태가 '권력을 쥐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야 한다'고 하면서 다리를 치는데, 언뜻 보여주는 거죠. 이 사람도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걸요. 이건 제가 제안한 기억이 있어요."
그런가 하면 이성민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향해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 훈훈함을 안겼다. 2009년 KBS2 '열혈장사꾼'에서 조연으로 만나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고, 주연으로 재회한 조진웅에 관해 "제가 갖고 있지 않은 걸 많이 갖고 있는 배우죠. 주연 배우로서 무게감과 여유가 있고, 발전해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대외비'에서 두 번의 짧은 만남 이후 넷플릭스 '소년심판'으로 많은 호흡을 맞췄던 김무열을 떠올리며 "살벌했던 친구가 해맑은 얼굴로 왔더라고요. '이게 되는 배우구나' 싶었어요. 여러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배우라서 앞으로도 그렇게 작업할 것 같아요. 좋은 장점을 많이 갖고 있죠"라고 덧붙였다.
"'리멤버' '대외비' '재벌집 막내아들' 순으로 촬영했어요. 점점 더 완성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품이 뒤섞여서 나오다 보니까 아쉬움은 남죠. 배우는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작품이 잘 돼야 캐릭터가 사랑받는 건 변치 않는 원칙이에요. '대외비'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순태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면 좋겠어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에서 박통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후, 주로 큰 힘을 가진 권력자 역할을 맡아온 이성민이다. 이는 본인의 선택도 있었지만, 비슷한 이미지로 배우를 바라보는 투자자나 감독들의 시선도 존재했다. 그렇기에 이성민은 이제는 다른 결의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속내를 내비치며 "이제는 풀어진 연기를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작품을 정하는 기준은 없어요. 이야기가 제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죠. 또 '주어진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확신이 들어야 해요. 제가 캐릭터를 보는 관점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저에게 오는 시나리오에 한해서 선택할 뿐이죠."
"저를 넘어서야 하는 건 늘 고민이에요. 이건 지구상의 모든 배우의 고민이기도 해요. 어렸을 때는 제게 디렉션을 주는 선배나 연출팀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사라져요. 그렇기에 저를 객관적으로 보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죠. 스스로 평가하기 어렵고, 평가해주는 사람도 없어요. 결국 자기가 답을 찾아야 하므로 늘 긴장하고 살아야 해요. 이제는 편안하고 날이 서지 않은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아직 그런 기회는 없었던 거 같은데 이제는 스스로 힐링이 되면서 풀어져서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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