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청년 탈모 치료에 200만 원 준다?
'마치 병충해가 확산되는 소나무 숲처럼 머리카락은 속절없이 쓰러져갔고 아침마다 화장실 바닥엔 공동묘지가 세워졌다.'
원형탈모증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은 정신과 의사의 수필집입니다. 절절한 표현에서 얼마나 큰 상실감과 어려움이 있었을지 충분히 짐작되실 겁니다.
탈모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20년 23만 명으로 증가 추셉니다. 이 중 44%가 20~30대인 MZ세대라고 하는데.
그런데 이들에게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지자체가 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3일엔 서울시 의회에서 '청년 탈모 치료 조례안'을 두고 여야가 맞붙었습니다.
서울시와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청년에게만 치료비를 지원하면 세대 간 갈등을 촉발한다"며 일자리와 주거 지원이 우선이라고 민주당 시의원들은 "취업, 결혼 문제로 예민해진 청년들이 탈모가 있으면 자존감이 더 떨어진다"며 말이지요.
서울 성동구는 지난해 5월 청년 탈모 지원 조례를 전국 최초로 만들어 이달부터 치료비를 지원합니다. 의사로부터 탈모증 진단을 받은 39세 이하 청년이 대상인데 1인당 연간 20만 원씩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충남 보령시도 올해부터 49세 이하 탈모증 환자에게 1인당 최대 200만 원 지원을 추진하고 있고 대구시도 지난해 말 관련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해 지원안을 가다듬고 있죠.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의 고통을 외면하자는 게 아닙니다. 저소득층 중증 탈모환자를 중심으로 치료와 가발 제공 같은 지원을 하자는 의료계의 제안은 합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일례로 소아암 환자를 한 번 볼까요. 이들은 생명을 걸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부모들은 사는 게 악몽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탈모 지원도 좋지만 약값이나 치료제가 없는 중증·희귀 질환 환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먼저 아닐까요.
왜 이런 선심성 정책이 쏟아지나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년에 총선이 있네요.
의원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의원님들껜 생명을 놓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는 이들의 살려달라는 외침보다 본인의 당선이 더 중요한 겁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청년 탈모 치료에 200만 원 준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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