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한국 그림책 4편 '볼로냐 라가치상'…수상 의미는?

전하연 작가 2023. 3. 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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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차장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볼로냐 라가치상에 우리나라 그림책 네 권이 선정됐습니다.


한국 그림책들은 세계 무대에서 잇달아 좋은 평가를 받으며, K-콘텐츠의 또 다른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우리 그림책의 저력과 가능성은 어디에 있는지, 어린이책 평론가 김서정 선생님과 짚어봅니다.


어서 오세요.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안녕하세요.


서현아 차장 

아동문학과 관련해선 세계적인 행사로 꼽히죠.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어떤 행사인가요?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말씀하신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큰 아동도서전입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 해마다 봄에 세계 각국의 출판사, 작가, 에이전시들이 모여서 책을 전시하고 작가 행사도 하고 그림도 전시하고 또 저작권 상담도 하는 그런 활기찬 현장이에요. 


제가 세계 도서전을 많이 다녀봤는데 어린이 책만 전문으로 하는 도서전은 볼로냐가 유일하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활기가 넘치고 색깔도 다채롭고 다니는 사람들 얼굴도 밝고 한 그런 아주 재미있는 도서전입니다.


서현아 차장 

네, 이렇게 활기 넘치는 행사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볼로냐 라가치상으로도 유명합니다. 


이게 어떤 상입니까?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볼로냐 도서전 당국이 1966년부터 이 상을 운영을 했어요. 


도서전에 참여하는 작가나 출판사들에게서 응모를 받아서 한 대여섯 분야를 나눠서 시상을 합니다.


볼로냐 라가치상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이런 표현도 좀 있는데 그것은 아니고요.


무엇보다도 노벨상한테 주는 막대한 상금이 없고요.


노벨상은 한 대가의 평생의 업적을 평가하지만 이 라가치상은 대가도 받고 신인 작가도 받고 가능하면 여러 작가들한테 조명을 하고 또 그들의 책이 비즈니스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도록 그렇게 배려를 하는 그런 상입니다. 


한 대여섯 개 분야에서 시상을 하는데 이게 해마다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고 그래서 어떤 부분이 없어지는지 또 생기는지를 보면 세계 어린이 책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상이에요.


서현아 차장 

네, 그렇군요.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4편이 볼로냐 라가치상 우수상으로 선정이 됐는데요. 


어떤 작품들입니까?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올해는 이제 픽션에서 <이사가> 그리고 오페라프리마에서 <벤치, 슬픔에 관하여>, 오페라프리마는 생애 첫 책을 낸 신인한테 주는 상이고요.


코믹스도 최근에 새로 생긴 분야입니다, 만화라고 하죠. 


<그림자 극장>과 <하우스 오브 드라큘라>가 스페셜 멘션 상을 받았어요. 


이 상이 위너가 있고 스페셜 멘션이 있는데 위너는 대상격이라고 할 수 있고요.


스페셜 멘션은 그 대상에 거론됐던 후보작 한 서너 편에게 주는 상입니다. 


그러니까 다 아주 굉장히 영예로운 상이죠. 


그런데 사실 제가 이 책들을 다 보지는 못했어요. 


<벤치, 슬픔에 관하여>는 인터넷 서점에 안 나와 있고요. 


<하우스 오브 드라큘라>는 작년 10월 출간인데 지금 유통 중단이더라고요.


꽤 많은 시사점이 있는데 여기서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이것도 한번 특집으로 잡아서 다뤄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가지, 네 책을 좀 이렇게 훑어보니까 어떤 공통되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데요. 


이게 일상의 회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팬데믹 때문에 일상의 삶을 많이 잃어버렸잖아요. 


가족 간도 그렇고 뭐 굉장히 어려운 일도 있었고 잃어버린 것도 많았고 그러는데 이런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그것을 이겨내고 봉합하고 다시 따뜻해지고 하는 그런 얘기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팬데믹 이후의 회복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참 잘 붙든 책인 것 같아요.


서현아 차장 

이렇게 큰 상을 받은 책들인데 일부는 또 유통이 중단돼서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까 정말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그림책이 거의 해마다 라가치상을 수상해 왔는데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한국 그림책이 처음으로 라가치상을 받은 게 2004년 일입니다. 


<지하철은 달려온다>와 <팥죽할멈과 호랑이> 이 두 편입니다. 


<지하철은 달려온다>는 지하철 표를 의인화해서 굉장히 생동감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낸 책이에요. 


아주 세련된 기하학적인 구도를 보여주는데 꽤 개성적이고 실험적인 시도였고요.


<팥죽할멈과 호랑이>는 아시다시피 우리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민화풍 그림으로 표현을 했고요.


그러니까 전통이 있고 파격적인 실험이 있고 그런데 이 두 개가 한 해에 한꺼번에 처음으로 라가치상을 받았거든요. 


이게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을 한 것 같습니다. 


물론 예술적인 완성도도 높고요.


서구인들한테는 낯설면서도 강력한 에너지가 심사자들의 눈길을 붙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서현아 차장 

네, 그런데 라가치상뿐만이 아니고 최근에 보면 주요 아동문학상에서 굉장히 좋은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이 이렇게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요?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우리가 안데르센상도 받았고 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도 받았고 그렇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독자를 사로잡는 낯설면서도 강력한 에너지가 있고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에는 90년대 후반부터 외국의 고전 그림책들이 한꺼번에 물밀듯이 밀려왔거든요. 


서구 그림책 역사 한 150년 정도의 걸작들이 10여 년 사이에 홍수처럼 쏟아져 들어왔어요. 


그러니까 지금 젊은 그림책 작가들은 그 시기에 이 훌륭한 그림책들의 세례를 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탄탄한 예술적 기반이 갖춰진 셈이고요.


또 하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새 것이 좋은 것이여'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것에 만족하지 않고 얼른 새로운 요소 하나를 덧붙여서 돋보이게 만드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하잖아요. 


산업면에서도 그렇고 뭐 케이팝 같은 문화에서도 그렇고, 이런 과정이 아주 빨리 진행되다 보니까 전에 없던 새로움이 계속 나타나는 거예요.


서현아 차장 

그러니까 요약하면 탄탄한 예술적인 기반 위에서 빠른 변화가 계속 나타난다는 거군요.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네, 그런데 그러면서도 이제 전통이라든가 우리 것에 대한 애착 같은 것도 있고요.


이날치 같은 그룹이 아주 대표적으로 보여주죠.


그래서 익숙한 것을 새롭게 만들고 새로운 것을 익숙하게 만들어서 내놓습니다. 


그리고 내용이나 표현면에서 보자면 우리 그림 책은 뭐랄까, 굉장히 동글동글하고 편안해요. 


아주 지나치게 강력하거나 깊거나 예민하거나 날카롭거나 이러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일상의 삶이나 고민이나 꿈이나 이런 것들을 아이 같은 단순함과 흥겨움 이런 것들 하고 함께 전해주죠.


그래서 굉장히 사랑스럽고 뭉클하고 하는 이런 인상을 많이 받을 수가 있어요. 


그게 세계인의 마음을 좀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현아 차장 

네, 그런데 이 같은 세계적인 주목도에 비해서 국내 작업 환경은 좋지 못하다 이런 지적도 나온다고요?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네, 문제는 언제나 있어 왔고요.


문제가 도약의 발판이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출산율 저하로 독자가 줄고 책이 안 팔린다 그러면 해외로 수출해보지 뭐 이렇게 하고요.


어른 독자들을 더 늘리는 방법도 강구를 해 보고요.


또 음원에서 꼬박꼬박 저작료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책은 그렇지가 못하니까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에도 일종의 저작권료를 좀 만들어서 작가들이 그나마 좀 생계를 넉넉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이렇게 해 주면 또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고요.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상이라든가 지원금이라든가 이런 게 많이 생겨서 작가들의 숨통을 틔워주면 좋겠어요.


서현아 차장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마지막 질문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우리 그림책의 저력을 이어가려면 제작과 비평 환경에서 건강한 생태계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해 주셨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한국 그림책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야 된다고 보십니까?


김서정 / 어린이책 평론가·번역가·작가 

딱히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는 없고요.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는지 열심히 지켜보면서 의미 부여하고 정리하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현아 차장 

네 그렇군요. 


이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존중한다는 데 있죠.


이 세계 무대에서 K-콘텐츠의 또 다른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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