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85%가 지방…정부 외면 속 지방사업장 줄도산 위기

김아름 2023. 3. 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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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PF대책]
10년래 최악 미분양…대구·경북만 2만3000가구
HUG '미분양관리구역' 전국 13곳
되레 '보증 불가' 빨간딱지 붙은 셈
정부 미분양 해소 대책도 잘못 설계
수도권 쏠림 부추겨 지방 미분양 심화

[이데일리 김아름 박지애 기자] 정부가 지난 1월 내놓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대출 보증과 PF대출 보증 상품의 승인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충격적인 결과에 분양시장에서는 지방을 중심으로 한 부실화 속도가 더 빨라지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브릿지론보다 본PF의 부실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시장과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본PF가 브릿지론보다 건당 대출 규모도 크고 수적으로도 훨씬 많아서다. 업계에서는 브릿지론 단계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해 멈춘 사업장 규모가 전국적으로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쓰러져가는 지방 사업장을 살리고 연쇄부도 등의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돈줄을 쥐고 있는 금융사를 강하게 압박해 대출약정서를 내주도록 하고 PF보증규모도 더 늘리는 등 추가 유동성 공급을 통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미분양관리지역, 보증서 발급 불가능

국토교통부의 1월 주택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은 7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2년 12월(7만5000가구) 이후 10년 만에 최고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은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48가구)보다 10.6%(7211가구) 늘었다. 이 중 수도권은 1만2257가구, 지방은 6만4102가구를 차지했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무순위 청약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하고 있다. 실제 장위자이레디언트, 철산자이더헤리티지 등 최근 미분양을 기록했던 단지가 무순위 청약을 통해 속속 미계약분을 모두 소진했고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역시 지난 8일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서 최고경쟁률 655 대 1을 기록하면서 완판을 예고했다.

문제는 수도권과 달리 대구, 울산, 인천 등 지방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단 점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28일 무순위청약의 무주택·거주지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을 공포하면서 지방 주택 수요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더욱 지방 미분양 해소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지역과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국내 거주 성인이라면 누구나 전국의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분양 PF 대출보증 자체도 정작 가장 필요한 지방 사업 현장에서 받지 못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꼽는 곳은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현재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인천 중구, 울산 남구·울주군, 전북 군산시, 대구 중구·남구·수성구, 충북 음성군, 충남 아산시·홍성군, 전남 광양시, 경북 포항시, 경북 경주시 등 13곳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증기관과 금융기관도 사업 리스크 관리를 안 할 수는 없으니 미분양 PF보증제도를 도입했을 때 미분양관리지역은 보증서 발급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며 “미분양관리지역에 ‘보증서 발급 불가’라고 명시한 건 아니지만 사실상 보증 심사를 통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과 경기는 원래부터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고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미분양 PF 보증발급을 받지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수도권 중에서는 인천, 그리고 지방이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 정부가 금융사를 압박해서라도 대출약정서 발급을 해주고 보증한도도 더 늘리는 등 지역별로 맞춤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수요진작·추가 유동성 공급 등 적극적 정부 역할 필요

정부 역시 ‘정책의 온도 차’를 살핀 후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미분양 PF 보증 신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의는 많았다”며 “통상적으로 PF 보증이 연초에 시행사 스케줄 상 수요가 평월에 비해 낮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분양 PF라는 게 본 PF가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받다 보니 기존 대주단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기존 금융사는 사업부지에 대한 권리가 중첩되면 일부 포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주단의 양해가 있어야 가능한 구조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분양 PF 기준이 분양가 5% 할인 같은 최소한의 요건을 넣어놨는데 이 같은 자구 노력보다는 추가 대책이나 시장 반등 요소가 있을 것으로 건설사와 시행사가 판단하는 것 같다”며 “당장 어떤 걸 바꾸기보다는 좀 더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가 PF 부실 억제를 위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미분양 보증 한도 확대와 함께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수요 진작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PF 보증 한도는 미분양이 늘어나고 잔여공사비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며 “수도권 대형 사업장 몇 군데를 제외하면 부실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실장은 “올해 들어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으로 회사채와 대출 시장이 안정화됐지만 여전히 일부 우량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신규 PF 조달과 차환에 어려움이 있어 비장을 중심으로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미 기한이익상실이나 시공사 부도 등으로 부실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실장은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 보증 한도 확대 등 유동성 지원을 위한 보완 대책뿐 아니라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직·간접적 지원,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로 민간의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병권 우미건설 전무도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 진작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취득·등록세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아름 (aut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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