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초격차 원자력

세종=박효정 기자 2023. 3. 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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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해양 전시관에 가면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전시물이 있다.

거북선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초격차의 산물이 아닐까.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초격차 원자력을 위해 나아가고자 한다.

초격차 원자력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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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서울경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해양 전시관에 가면 반가운 마음에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전시물이 있다. ‘인류 최초의 철갑선’이라는 타이틀로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거북선 모형이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의 전술은 적함에 침투해 배를 뺏고 횃불을 던져 태우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쇠못이 빼곡하게 박힌 거북선에는 올라서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불을 뿜는 화력 앞에 근접조차 할 수 없었다.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신형함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조선 초부터 있었지만 결단을 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순신 장군이 지휘관이 된 뒤에야 거북선이 제작됐고 탁월한 해상 전술까지 발휘되면서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초격차’란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추격해오던 사람이 더 이상 따라가는 것을 포기할 정도로 격차를 만드는 것이다. 거북선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초격차의 산물이 아닐까. 거북선과 이순신의 리더십, 그리고 조선 수군의 굳은 결의 앞에서 왜군은 전의를 상실하고 무너졌으니 말이다.

원자력은 가난하던 시절 전력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도입했던 에너지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산업을 일으켜야 했고 에너지가 필요했다. 보유한 자원도 없고 자본도 없던 우리나라는 원자력을 선택했다. 초기에는 선진국의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우며 기술 자립의 꿈을 꿨고 반복 건설을 통해 기술력을 키워나갔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기술로 ‘APR1400’을 만들어 수출을 달성했으며 지금은 원전 수출 10기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원전의 역사는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드라마를 닮았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초격차 원자력을 위해 나아가고자 한다. 후발 주자로서 초격차를 목표로 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은 원전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래도 소형모듈원전(SMR) 등 새로 열리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발 빠르게 진출한다면 우리도 초격차를 이뤄낼 수 있다. SMR 개발과 함께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속도 있게 진행하면서 ‘스마트 넷 제로 시티’ 등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원전 이용률을 높이고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마련, 안정적인 핵연료 확보, 원전 건설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일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초격차 원자력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 국내외 무대에서 무한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개방과 경쟁을 통해 내실을 키웠기 때문이다. 해외 원전 시장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을 모아서 거침없이 나아가야 한다. 자랑스러운 K원자력을 만들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자 한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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