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국부(國富) 창출? 상상속 동물에 물어봐라

채수환 기자(csh6902@mk.co.kr) 2023. 3. 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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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부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스타트업 숫자에서 갈린다
국회가 싹틔운 '유니콘팜' 모임
새로운 성공신화를 기대한다

국민들로부터 '공공의 적' 취급을 받는 우리나라 국회. 어쩌다가 민생을 위해 선의로 법안을 내놔도 국민들은 색안경을 끼고 그 저의를 의심한다. 자업자득이란 말밖엔 달리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국회도 요즘 박수받을 일을 조용히(?) 하고 있다. 작년 말 출범한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그 주인공이다. 유니콘은 이마에 뿔이 달린 상상 속 동물. 기업공개(IPO) 이전에 기업가치 10억달러를 창출한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런 기업을 농장(팜·farm)처럼 키워내겠다는 게 이 모임의 취지다. 여야 의원 16명이 참여했는데 최근에는 공동 발의로 1호 법안(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까지 내놨다. 유니콘팜의 공동대표인 강훈식 의원은 "기득권 산업의 견제, 이중·삼중 규제 때문에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큰 제약을 받는다"며 "그런 부분을 국회가 앞장서서 뚫어주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948개) 가운데 한국은 작년 말 현재 22개를 보유하고 있다. 당근마켓, 직방, 컬리, 야놀자, 두나무 등 젊은 세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스타트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5년 전인 2017년에는 유니콘 기업이 6개에 불과했는데 IT 강국의 저력을 앞세워 그 숫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그런데 단위를 높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니콘의 10배(데카)인 기업가치 100억달러 클럽인 데카콘, 100배(헥토)인 헥토콘 기업엔 국내 스타트업이 전무하다. 정작 두려운 건 중국의 대약진이다. 중국은 세계에 46개뿐인 데카콘 클럽에도 무려 8개나 이름을 올렸고, 단 2개뿐인 헥토콘 기업에도 동영상 앱(틱톡) 운영회사인 바이트댄스가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나머지 한 개 기업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다).

값싼 노동력, 단순조립 제조생산에 의존했던 중국은 어느새 디지털 융합 IT 세계에서 글로벌 최강자였던 미국을 추월하고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에 따르면 44개 첨단 과학기술 분야 중 37개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부(國富) 창출의 기준도 앞으론 1인당 GDP나 수출 규모가 아니라 유니콘, 데카콘, 헥토콘 기업 숫자에서 갈릴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성장한 이들 기업은 창의력과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소비자들을 빨아들이고 초격차 전략으로 '빠른 추격자'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머지않아 중국은 이들 기업을 전초병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창의국가로, 우리나라는 하드웨어를 조립하는 중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악몽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나 스타트업 기업인들이 내놓는 해법은 모두 똑같다.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서 상상 속 동물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텃밭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은 어떻냐고? 글로벌 상위 100대 유니콘 기업 중 55곳은 규제 장벽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예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도 나와 있을 정도다.

벤처업계가 투자 혹한기에 직면해 있지만 국회와 정부가 미래를 위해 뚝심을 갖고 인적·물적 자원이 새로운 창업 생태계로 몰려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성공한 유니콘 창업인이 계속 등장하고 회자된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의·치·한·수로 과도하게 쏠리는 '메디컬 광풍' 현상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국회 유니콘팜 연구모임에서 작지만 분명한 희망을 봤다. 유권자 표심만 의식하며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왔던 여의도에서 어렵게 희망의 싹을 틔운 유니콘팜. 국민 혈세로 월급을 받으면서도 밥값을 못하는 동료 의원들에게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길 기대해본다.

[채수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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