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더 공정한 종편'에서 MBN 해결 실마리 본다

2023. 3. 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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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민주당원이다. 민주당 지지자에게 종합편성채널(종편)은 존재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종편은 이명박 정권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 무렵 종편은 보수의 스피커라는 인식이 강했다. 종편 출범 직후 '야당' 민주당은 당론으로 당직자들의 출연을 막을 정도였다. 당론이 완화되고 종편 출범 이후 1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반발 정서는 남아 있다. 민주당원과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는 4개 종편 중에 1~2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2020년, MBN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6개월 24시간 전면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MBN은 이 처분이 가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최종 패소하면 방송 정지는 현실이 된다. MBN이 6개월 동안 방송을 하지 못하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종편 하나라도 없애고 싶다던 어느 민주당 지지자들의 바람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나는 언론학자다. 언론학자로서 말하자면 사회적 제도의 하나로 자리 잡은 언론사를 없애는 것에 반대한다.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취재와 보도에 국가권력이 개입해 중단하도록 만드는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헌법이 부여한 언론 자유의 침해이고, 헌법정신에 반하는 위헌적 행정이다.

특히 MBN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업무정지 처분은 자본금 편법 충당이라는 재무적 결함에서 비롯됐다. 이 결함은 자본시장법과 상법에 따라 이미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행정기관이 재무적 문제로 방송이라는 고유한 영역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부당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

딜레마다. 민주당 정서와 언론학자로서의 소신이 충돌한다. 그러나 언론과 공정성의 역사를 살펴보면 해법이 없지는 않다. 지금은 공정성이 진리처럼 자리 잡았지만, 상업 언론이 시장에 등장할 때만 해도 사회적으로 언론에 공정성을 요구하는 압력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20세기 초, 미국 신문은 당파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시나브로 독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좁은 독자층에서 벗어나 시장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끄집어낸 명분이 공정성이다. 독자를 끌어오려는 상업적 모색이 아이러니하게도 맹렬히 공정성을 추구하는 기반이 됐다.

시청층을 넓혀가려는 종편도 '보수의 스피커'라는 단일 색채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 속에 분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다행히 분화와 진화의 방향이 공정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최근 MBN 관계자를 만나 "국민의힘 성향 패널과 민주당 성향 패널의 숫자가 같아야 한다. 이것이 정치 토론 프로그램의 공정성"이라고 강조했다. 운동장이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양적 균형을 말한 셈이다. 이 말에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좀 더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동일한 숫자로 여야 성향의 패널을 섭외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힘 주류 성향의 패널이 나오면 민주당 주류 성향의 패널을, 국민의힘 비주류 성향의 패널이 나오면 민주당 비주류 성향 패널을 섭외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정성이 세분화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양해진 정치권의 토양 변화를 담아내려는 MBN의 고민은 민주당 당원이면서 언론학자인 나의 딜레마가 해소되는 실마리가 된다. 종편이 하나라도 없어지기를 바라기보다 언론 자유 침해라는 위헌을 경계하며 종편이 더 공정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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