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공급망 日 전환 가능성 낮다"…"결국은 기술 자립뿐" 목소리
[편집자주] 윤석열정부가 6일 강제징용과 관련한 해법을 제시하고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공식화하면서 2019년 7월 일본의 기습으로 시작된 수출규제도 4년만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필수 3대 소재를 공격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후방 산업에선 공급망 재편을 통한 특정국가 의존도 낮추기 작업이 진행됐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노노(NONO)재팬으로 불리는 일본 상품 거부 움직임이 일상화됐다. 지난 4년간 수출규제가 우리 산업과 시장에 준 변화를 진단하고 일본과의 통상갈등 해소 이후 우리 경제가 집중해야할 과제를 짚어본다.
"국내 반도체 기업이 소재·부품 공급망으로 일본 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 4년간 우리 기업들이 주요 소재·부품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많이 낮췄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한일 관계가 재차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주된 근거다.
다만 일본의 글로벌 부품·소재 경쟁력 등을 고려할 때 양국간 안정적 협력 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궁극적으론 한국의 기술 자립도를 계속 높여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풀려도 삼성·SK 등이 수출 제한 3대 품목(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공급망을 일본 기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후 우리 기업들이 주요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에 대한 국산화, 공급망 다변화로 일본 의존도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일본 수입액 비중은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로 떨어졌다. 반도체 분야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수입액 비중은 같은 기간 34.4%에서 24.9%로 감소했다.
송영관 KDI(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수출 규제 해제 시 국내 기업에 있어) 단기적 효율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정치적 문제나 소재·부품의 안정적 공급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삼성·SK가 일본 기업으로 공급망을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판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삼성·SK는 3대 수출 제한 품목의 공급망을 이미 많이 대체했을 것"이라며 "수출 규제 해소가 현재로선 한국 기업에 혜택을 주는 상황이 아니다. 삼성·SK가 거래상 우위에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 변화는) 철저히 시장 경쟁 원리에 입각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수출 규제 해소, 나아가 한일 관계 복원이 우리 산업계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고품질 부품·소재에 있어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수출 규제 해소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간 협력을 위해선 CPTPP(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와 같은 경제협력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국제 관계의 변화 가능성, 프렌드쇼어링(우호국과의 공급망 구축) 확대 흐름 등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핵심 (소재·부품 등) 부문에서 중국·일본과의 파트너십이 강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결국 한국의 대응책은 기술 자립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으로선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 이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일본·베트남·호주·캐나다 등이 가입된 CPTPP에 가입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IPEF를 통해 한일 간 공급망 협력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자원 전쟁'의 시대다. 일례로 한국과 일본이 제3국에서 희토류 등을 공동 개발·조달하는 협력을 하게 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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