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2857억 받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누리호 조립장’ 짓겠다며 지자체 ‘줄 세우기’
한국형발사체(누리호) 고도화사업 총괄 제작사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조립장 부지를 선정하면서 평가항목에 ‘지자체 지원’을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국비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자체들을 줄 세워 또 지원금을 챙기려 한다는 것이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조립장을 건립하기 위해 지자체 3곳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 지원금 2857억원을 받아 2027년까지 발사될 누리호 3기의 제작을 주관하고 발사에도 참여해 운용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말까지 누리호 조립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조립장은 발사체 부품을 납품받아 누리호를 조립하는 곳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남 고흥군과 순천시, 경남 창원시를 평가해 이번달 말 최종 부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평가항목에는 부지 적합과 인프라 구축, 정주여건, 경제성 외에도 지자체 지원이 포함됐다. 지자체 지원에는 제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이송 지원, 생활지원, 우주산업 육성 등의 세부 평가 항목이 있다. 이들 지자체 세 곳은 지난 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각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한 평가서를 접수했다.
누리호 발사장인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고흥군은 직원 기숙사와 출퇴근차량 제공,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지원, 투자유치 지원금 지급 등을 제시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재정 사정이 어렵지만 수십억원 상당의 지원책을 제시했다”고 토로했다.
순천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제시했고 조례에 따른 투자유치지원금도 지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본사가 있는 창원시는 “가능한 범위와 조례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했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막대한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민간기업이 지자체 지원을 평가에 반영한 것에 불만이 크다. 한 지자체는 “속셈은 뻔하다. 기업 유치에 목마른 지자체들을 경쟁시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지원금을 챙기려 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 국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우주발사체 체계종합 인프라구축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전남도는 “‘우주산업 생태계 육성’이라는 사업 취지에 맞는 최적의 입지를 사업자가 판단해 선택하면 되는데 지자체끼리 경쟁을 시키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전에 지자체들과 평가항목에 ‘지자체 지원’을 넣는 것에 대해 협의를 했다”면서 “지자체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기업이 이를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는 것도 일반적인 프로세스”라고 밝혔다.
이에 지자체 관계자는 “한화에이로스페이스가 평가항목을 미리 만들어와 협의 과정에서 제시했다”면서 “조립장 구축은 국비 지원으로 진행되는 만큼 일반적인 기업 투자유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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