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더 떨어져야"…강남·여의도 토지거래허가지역 '유지' 가닥
서울시가 다음달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한이 만료되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등에 대한 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집값이 아직 비싸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도 올해 주택가격이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들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반등 조짐을 보이며 '바닥'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정부 기관의 판단은 '아직'이다. 서울시는 "더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한국은행은 "더 내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시는 9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 여부에 대해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며 "지정 만료 시점에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 분위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 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 토지를 매매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게 한 제도다. 허가없이 계약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 30% 상당의 벌금형을 받는다. 주거용 토지는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용으로 이용해야 해 '갭투자(전세끼고 매입)'가 불가능하다.
당장 다음달 27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한이 만료된다. 서울시가 '공식 결정'을 내린건 아니지만, 시 안팎에선 이번엔 지정 해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
가뜩이나 앞서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개 자치구를 제외한 서울 전지역을 투기과열지역에서 해제한 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는 분위기인데, 서울 중심지로 꼽히는 '압여목성'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해제하면 부동산이 급등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지난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을 두고 "집값은 정말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 초기(2017년 5월) 정도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압여목성' 지역을 2021년 4월부터 2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삼성·청담·대치·잠실 지역은 2020년 6월 23일부터 3년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관리중이다. 각각 재건축과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기대감이 높은 곳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분위기 속에 4월 '압여목성'을 시작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점차 해제될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급락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의미가 퇴색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내부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두고 의견이 갈렸지만 "아직 집값이 비싸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오 시장은 올초 인터뷰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다른 지역보다 많이 올랐던 지역이기 때문에 해제를 고려할 시점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 평가'에서 "높아진 금 리수준,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경기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매매가, 전세가 동반 하락이 주택경기 둔화와 디레버리징 심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보통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가격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지만 최근에는 이자부담에 따른 전세수요 위축으로 매매·전세가격이 동반 하락세다.
특히 부동산 호황기에 누적된 갭 투자 주택 물량이 향후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매매 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지면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금융시스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분양시장 경기가 둔화하면서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한 건설사의 재무여건과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높은 일부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분양시장은 사업초기 사업장이 고금리 부담, 공사원가 상승, 금융기관의 PF대출 취급 기피 등으로 일부 사업의 지연과 중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완공 전 사업장도 미분양 재고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에따라 중소 건설업체의 고정이하여신 비율과 상장 종합건설사 주가에 내재된 예상부도확률이 상승해 건설업체의 재무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겪으면서 한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도 (부동산 PF 문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PF인지 판별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며 "조기에 과감히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시각, 건전하고 괜찮은 사업장은 살려두는 게 경제충격에 덜하고 중장기 측면에서 좋다는 시각이 있는데 정부가 균형을 맞춰 잘 관리할 것이라 믿고 한은도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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