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버스 컴퍼니 "이만한 스토리 게임 없습니다"
'죄악 공명 잔혹 RPG' 듣기만 해도 "도대체 무슨 장르지"라는 의문이 저절로 드는 게임이 있다. 절망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자신만의 색깔로 구현해 많은 팬을 보유한 '프로젝트 문'의 신작 '림버스 컴퍼니'다.
프로젝트 문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로 이름을 올린 인디 게임사다. 디스토피아 하면 프로젝트 문이 떠오를 정도로 기괴하고 절망스러운 세계관을 유니크하게 그려냈다.
사실 전작을 플레이해 본 유저들에게 림버스 컴퍼니 출시는 꽤 놀라운 소식이었다. 분명 독보적인 세계관과 독특한 게임성을 지닌 것은 맞지만 모바일 플랫폼과 매칭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력적인 게임 구성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나름 완성도도 높았고 개선의 여지도 충분했다.
장르 : 죄악 공명 잔혹 RPG
출시일 : 2023년 2월 27일
개발사 : 프로젝트 문
플랫폼 : PC, 모바일
■ 매력적인 세계관과 흥미로운 스토리
림버스 컴퍼니의 꽃은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다. 수집형 요소와 깊이 있는 전투로 재미를 주긴 하지만 스토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스토리만 정주행해도 합격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 완성도가 높고 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림버스 컴퍼니는 프로젝트 문 특유의 절망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루고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 대신에 도덕성, 윤리 등 인간이라면 가졌어야 할 요소들이 결여된 사회가 배경이다.
세계관 속에는 26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와 각 구역을 지배하는 기업이 있다. 기업은 날개로 불리며 고도로 발달한 고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시간을 사고팔 수 있는 J사, 중력을 다루는 G사 등 각각 하나의 특이점을 가지고 기업을 유지한다.
기업은 인간을 부품 취급하며 기술을 위해서라면 인간의 희생은 신경 쓰지 않는다. 인간을 실험에 사용하거나 보호비 명목으로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등 비 인륜적이고 부조리한 행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현실을 외면하고 타인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지옥 같은 삶이 반복된다.
구역 외곽에는 '환상체'라고 불리는 괴물들이 있다. 환상체를 처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을 만큼 위협적인 존재지만 게임 속 비중은 낮다. 오히려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인간을 통제하고 부품 취급하는 기업, 기술이 가져오는 이면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관리자 '단테'의 시점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모종의 사건으로 기억을 잃고 머리가 시계로 대체된 단테는 림버스 컴퍼니에 입사해 12명의 수감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게임은 '로보토미 코퍼레이션(L사)'의 몰락 이후 시점으로 진행된다. L사의 몰락으로 무법지대가 된 구역에서 기술의 산물인 '황금 가지'를 탈환하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림버스 컴퍼니의 스토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인물 개개인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점이다. 황금 가지 탈환이라는 목표보다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물들 간의 사건과 과거 행적 등이 세세하게 묘사된다. 실제로 전투를 제외한 대부분은 12명의 수감자들이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수감자들의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들의 매소드급 연기가 일품이다. 정의밖에 모르는 바보 '돈키 호테', 항상 화가 나 있는 '히스클리프' 등 수감자 12명 모두 각자의 개성이 제대로 표현됐다. 특히 단테와 수감자를 통솔하는 길잡이 '베르길리우스'가 대박이다. 진짜 베르길리우스가 존재한다면 "이런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 흥미로운 스토리는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실제로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거나 프로젝트 문 세계관에 대한 지식이 없는 유저는 이해가 힘들다.
특히 세계관 속의 날개 혹은 둥지, 깃털, 특이점 등 고유명사가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그나마 날개와 둥지는 자주 언급되기 때문에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 단어들은 이해가 어렵다.
워낙 마니아 팬층이 두껍고 세계관이 꽤 정교하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유명사의 설정은 세계관 속에 잘 녹아들어야 하며 충분한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게다가 림버스 컴퍼니는 PC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유저층이 넓어진 만큼 게임 속에서 설정집이나 도움말로 세계관과 고유 명사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 독특하지만 복잡한 전투 시스템
림버스 컴퍼니의 전투는 전작인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와 유사하다. 모든 전투는 턴제로 진행되며 수감자를 선택하고 스킬을 체인 시켜 공격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면 굉장히 쉽게 느껴진다. 실제로 튜토리얼에서도 최소한의 정보만 알려주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하게 된다.
림버스 컴퍼니의 전투 시스템은 훨씬 더 복잡하다. 전투에 입장하면 수감자들은 랜덤으로 정해진 속도 값을 받는다. 속도가 높은 수감자부터 먼저 행동하며 속도에 따라 배치도 달라진다.
하단에 있는 스킬바에서 스킬을 체인하고 스타트를 누르면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된다. 여기서 스킬의 기재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전투 승리에 도움이 된다. 핵심은 코인 토스다. 적과 전투가 시작되면 서로 보유한 코인만큼 코인 토스를 진행한다.
앞면이 나오면 스킬에 기재된 수치만큼 기본 위력에 더해진다. 코인 토스에서 승리하면 상대방의 코인이 파괴된다. 최종적으로 상대방의 코인을 모두 파괴할 때까지 '합'이 진행되고, 상대방의 코인을 모두 파괴하면 보유한 코인 개수만큼 공격이 진행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킬은 코인 승패에 따라 출혈, 화상 등 상태 이상을 부여하거나 재사용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7개의 죄악 속성이 있어 적의 내성에 따라 최종 대미지가 결정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림버스 컴퍼니의 전투 시스템은 가이드에 비해 굉장히 복잡하다. 스킬의 효과, 코인의 개수, 기본 위력, 속성 등 알아야 할 지식이 산더미다. 게다가 적의 스킬 정보도 파악해야 한다.
스토리 1장부터 2장 초반까지는 같은 색의 스킬만 체인 시켜도 승리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전투에 대한 지식 없이는 진행이 힘들다. 그나마 환상체와의 전투는 최소한의 자동 전투를 지원한다. 다만 그 외에 전투는 모두 수동으로 진행되고,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전투 피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독특한 전투 방식은 심화될수록 깊이 있는 재미를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친절한 전투 가이드와 후반부로 갈수록 극대화되는 피로감은 분명히 해결해야 할 요소다.
■ 아직은 부실한 콘텐츠
림버스 컴퍼니의 콘텐츠는 스토리와 거울 던전 두 가지가 있다. 스토리는 타 게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테이지 클리어 방식이다. 지금까지 3장이 공개됐다. 2장 클리어 시 오픈되는 거울 던전은 파밍 콘텐츠다.
거울 던전은 로그라이크 방식이다. 세이브포인트가 없으며 기존에 성장시킨 캐릭터가 아닌 거울 던전 고유의 성장 방식이 적용된다. 유저가 육성하지 않은 캐릭터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보상으로 캐릭터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다.
거울 던전의 입장 재화는 '엔케팔린' 20을 소모해 제작하는 '엔케팔린 모듈'이다. 1회 무료입장이 있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편이다. 게다가 극심한 전투 피로감과 로그라이크 방식이 결합되어 피곤함이 배가된다.
던전의 난아도도 어려운 편이다. 1층부터 3층까지 계속해서 전투가 이어지며 보스에 가까워질수록 등장하는 적이 강해진다. 보스의 난도도 높아서 던전 운영을 소홀히 했다면 패배하기 일쑤다. 플레이 타임도 굉장히 길다. 수동 조작으로도 최소 10분 이상 걸리며 자동 전투로 진행 시 20분이 넘어간다.
다만 지난 2일 공개된 상반기 로드맵에 거울 던전의 보상과 전투 시스템 개선이 포함됐다. 유저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실한 콘텐츠 문제도 해결된다. 지속적인 스토리 업데이트와 기간 한정으로 오픈하는 이벤트 던전이 예정됐다.
■ 스토리 게임의 정석
림버스 컴퍼니는 불친절한 전투 시스템과 설명이 부족한 세계관, 부담스러운 파밍 콘텐츠 등 개선해야 할 곳이 많은 게임이다. 그럼에도 림버스 컴퍼니가 가진 매력은 독보적이다.
패키지 게임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세계관이 일품이다. 성우들의 열연도 훌륭했다. 전투 시스템 역시 설명은 부족하지만 게임사만의 독특한 방식을 깊이 있게 구현했다. 로드맵에 포함된 신규 콘텐츠와 이벤트도 풍성하다.
플랫폼 확장도 긍정적이다. 전작이 마니아들만 찾는 숨은 맛집이었다면 림버스 컴퍼니는 누구나 아는 인스타 맛집이 된 셈이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 게임, 디스토피아 세계관, 턴제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꼭 플레이해보길 추천한다.
1. 매력적인 세계관과 흥미로운 스토리
2. 파고들수록 깊이 있는 전투
3. 귀가 호강하는 성우들의 연기
1. 설명이 부족한 전투 시스템
2. 진입장벽 높은 세계관
3. 부실한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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