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도 “앗 뜨거”…美경제 달구는 ‘불기둥’들 [홍길용의 화식열전]

2023. 3. 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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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출로 실물경제에 현금공급
소비→소득→수요→생산 선순환
중·러 때리며 美 산업에 기회창출
이자부담에 추가 재정확대 어려워
연방정부부채 조이면 경기 식을수
中 ·日 중앙銀 돈 풀기 줄일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모양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차원을 넘어 아예 경기를 식히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시장도 수긍하는 모습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지난 해 40년만에 가장 가파른 금리인상이 이뤄졌음에도 어떻게 미국 경제는 여전히 이렇게 뜨거울까? 여러 원인이 복합된 결과로 보인다. 몇 가지 주요한 요인들을 살펴보자.

▶연준은 돈 줄 조였지만, 행정부는 돈 풀었다

보통 금리를 올리면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야 한다. 40년래 가장 가파른 긴축에도 미국의 유동성은 사실 그리 크게 줄지 않았다. 연준은 금리도 올리고 양적긴축에까지 나섰지만 행정부는 오히려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소진은 그 결과다. 금융시스템에서는 연준의 긴축이 기능을 했지만 실물경제에서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연방정부 부채 문제가 중요하다. 일단 터지면 미국 경제를 단숨에 급랭시킬 엄청난 재료다. 이미 금리수준이 높아져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도 크게 무거워졌다. 재정지출을 가파르게 늘리기 어렵다. 부채한도 증액이 제한되면 그 정도에 따라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도 엄청난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 이렇게라도 미국 경기가 식으면 연준이 긴축을 계속할 이유는 사라질 수 있다.

▶너무나 충분했던 코로나19 보조금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충격은 실업이었다. 소비 중심의 미국 경제에서는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많은 서비스업 특성상 엄청난 규모의 해고가 이뤄졌다. 참고로 미국은 해고가 쉽다. 엄청난 해고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풀었다. 이 때 푼 돈이 아직도 저축의 형태로 미국 가계에 꽤 남아있다.

▶증시 상승에 노후 자산도 늘며 소비 자극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국 증시는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다. 2019년말 8973이던 나스닥은 지난 해 33% 넘는 하락에도 불구하고 8일 기준 종가가 1만1576로 30% 이상 높다. 미국인의 노후자금은 퇴직연금인 401K에 주로 의지한다. 주가가 오르면 노후가 튼튼해지고 이는 소비성향을 높인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미국이다. 누군가의 소비는 누군가의 소득이다.

▶집·차, 없어서 못 팔아…긴축 타격도 제한적

돈이 생기고 자산이 불어나면 바꾸고 싶은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집과 차다. 이 둘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타격의 영향이 컸다. 금리가 오르면 수요가 줄어야 하는데 원재료 공급차질 등으로 수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했다. 미국의 주택은 여전히 공급부족이다. 주거비가 계속 오르는 이유다. 이자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미국은 고정금리 대출이 보편적이다. 시장금리 반영이 늦다.

▶리오프닝에 서비스업 구인난…이민자는 급감

대기업들의 대규모 정리해고가 잇따라 이뤄지고 있지만 미국 전체 일자리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코로나19 방역 해제로 소비가 늘면서 서비스업은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에는 강력한 이민 억제 정책을 펼쳤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방역을 위해 이민을 제한한다. 서비스업 상당수 메웠던 이민 노동자들의 공백은 구인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러 배제…그 틈에 미국 제조업 재건

코로나19 이후 미국은 막강한 국력을 앞세워 이른바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중국과는 경제 전쟁을 명분으로 전기차와 반도체에서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미국산 무기와 에너지 수요를 높여 방위산업과 셰일가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생산이 늘어나고 해외자본까지 미국내 공장을 새로 지으면 결국 고용과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

한편 지난 해 미국과 유럽의 긴축에도 일본과 중국은 오히려 경기 부양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쳤다. 미국이 달러 공급을 줄였지만 글로벌 유동성은 그리 크게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 전망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모두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요인이다. 달러 강세까지 재개되면 물가부담까지 겹쳐 글로벌 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우리 같은 수출경제에 부정적이다. 정치와 경제가 얽힌 데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간의 대결에까지 끼었다. 난제(conundrum)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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