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는 ‘언터처블’?
관저 선정에 무속인 개입 논란도… “모든 입 막을 수 없을 것”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계좌가 이용되었다고 시세조종은 아닙니다. 공모 여부가 가장 중요하지요. 그렇지요? 공모 여부를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조사를 해야지요.”(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예.”(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건희 여사) 이 경우는 한 종목에 40억원이나 되는 돈을 이렇게 투자하는 경우는 이거는 내부자 정보가 아니고서는 할 수가 없는 겁니다. 이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기소 과정에 내부자 거래 여부는 기소되지도 않았지요?”(이용우 의원)
“예, 판결문상에는 판단이 없습니다.”(이복현 원장)
2023년 2월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2023년 2월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판결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이용우 의원은 주가조작에 적극 활용된 것으로 재판부가 판단한 계좌의 주인인 김건희 여사를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것을 따져물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검사 출신 이복현 원장은 “정말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기소를 했을 텐데 증거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법원 밖으로 튀어나온 논쟁은 질의시간이 끝나며 멈췄다.
김 여사 계좌로 48건 주가조작 거래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여가 됐지만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 의혹이 도이치모터스(수입차 판매회사) 주가조작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2월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하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2012년 12월 ‘주가조작 선수’와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들과 짜고 157개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되지도 않고 검찰의 대면 조사도 받지 않았지만 김 여사가 주목받은 건, 권 전 회장이 동원한 계좌 가운데 김 여사의 계좌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논란은 엇갈린다. 야당은 이번 판결로 김 여사의 관련성이 확인돼 특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여당과 대통령실은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이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판결 뒤 “김 여사의 이름이 법원 판결문에 37번 언급됐고, 김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도 판결문에 27번이나 언급됐다.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유죄로 본 주가조작 거래 48건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1심 법원은 대통령 배우자가 맡긴 계좌로 일임 매매를 했던 A씨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이미 도과되었다’며 면소 판결을 하였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일부 언론은 2차 주가조작 기간에 48회나 거래했다고 부풀리고 있으나, 매매 내역을 보면 단 5일간 매도하고, 3일간 매수한 것이 전부다. 아무리 부풀려도 ‘3일 매수’를 주가조작 관여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냥 맡겨놓기만 한 투자자가 아니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거래 횟수가 아니라 상황과 패턴이다. 주가조작 기간이 길거나 횟수가 많을수록 혐의는 분명해지지만 기간이 짧거나 횟수가 적다고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도이치모터스 사건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를 활용한 거래 48건은 주가조작 세력이 서로 짜고 물량을 주고받으며 시세를 조종하거나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통정·가정매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김 여사와 계좌관리인 사이의 통화녹취, 증권계좌 관리인의 수사기관 진술 등을 종합하면 “계좌관리인이 김 여사에게 별도로 전화 연락을 취하여 매매 의사를 확인한 후 거래를 진행하였다. 2009년 1월12∼29일 위와 같은 방식의 거래가 행해졌다”고 밝혔다. 주가조작이 일어나기 전 거래지만 김 여사가 계좌를 그냥 맡겨놓기만 한 투자자는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뉴스타파>는 김 여사의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에 17억원가량을 투자해 10억5천만원가량의 수익을 냈다고 계산했다.
자본시장법 관련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에 연루된 계좌와 돈이 확인됐으면 수사 과정에서 공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를 넘겨주거나 넘겨받은 사람을 모두 조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 여사를 부르지 않은 것은 검찰이 그에게만 유독 친절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억원의 돈을 맡기는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맡긴 돈의 투자 내역을 살펴보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게 기본이라는 설명이다.
김 여사에 대해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누구도 손대지 않는 ‘언터처블’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관저 선정에 천공 개입 의심된다’ 54.5%
최근엔 무속인이 윤 대통령 부부와 깊이 관련 있다는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최근 <권력과 안보> 책을 내어, 무속인 천공이 2022년 3월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관계자와 함께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를 방문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대통령 관저 이전 후보지였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둘러봤다는 의혹이다. 앞서 대통령선거 과정에 윤 대통령의 손바닥에 ‘왕’자가 그려져 있거나, ‘건진법사’의 선거운동 관여가 드러나는 등 무속인 관련 논란은 윤석열 정권의 ‘아킬레스건’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국군 방첩사령부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부 전 대변인의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 부 전 대변인은 <한겨레21>과 만나 “육군 서울사무소 주변 시시티브이(CCTV) 등 천공 일행이 실제 출입했는지를 조사하면 되는데 책 내용을 문제 삼아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새로운 제보자가 나오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말하기 어렵지만 모든 이의 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토마토>가 2월24일 발표한 설문조사(조사기간 2월20∼22일, 전국 만 18살 이상 1202명 대상, ARS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8%포인트) 결과에서 ‘윤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무속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물었더니 ‘개입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응답자 가운데 54.5%였다. ‘개입 안 했다’는 33.3%, ‘잘 모르겠다’는 12.1%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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