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2023 공장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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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우리에게 주어졌던 질문, '한국의 불평등과 불안은 어디서 비롯했는가'는 너무 추상적이고 거대한 것이어서 종일, 매일 짓눌린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왔고 그것이 일하는 사람을 어떤 존재로 만들었는지, 되짚고 후회하다가 애써 기운 차리며 청년을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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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우리에게 주어졌던 질문, ‘한국의 불평등과 불안은 어디서 비롯했는가’는 너무 추상적이고 거대한 것이어서 종일, 매일 짓눌린 기분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가련한 기자들에게 손 내밀어 주고 싶어 하셨던 훌륭한 선생님들 덕분에 ‘일하는 평범한 사람의 가치를 배제해 온 성장의 궤적 때문’이라는 역시 어려운 답을 구해 놓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또 고민은 시작됐습니다. 이런 얘기를 기사로 쓸 수 있을까? 그렇게 취재의 꽤 긴 시간을 우리는 불행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는 데 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1987년 전설적인 노동 운동의 복판에 있던 공장에 입사해 정년을 맞게 된 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왔고 그것이 일하는 사람을 어떤 존재로 만들었는지, 되짚고 후회하다가 애써 기운 차리며 청년을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염려했던 2023년 공장의 청년들 또한 만났습니다. SF가 현실인 양 현란한 단어로 무장한 세상에서 기계의 보조자로 일하다 입은 두 손의 생채기를 내보였습니다. 우리는 평범하고, 평범해서 불행한 이야기만 잔뜩 나누고 말았습니다. 그런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무심하고 소심한 탓에 오랜 시간 밥 먹고 술 먹고 믹스 커피 나눠 마시며, 일하며 사는 일의 아픔, 고민, 초라함을 꺼내 보여줬던 취재원들에게 먼저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알고 전화해 주었습니다. “내 꽃이라도 보내야 할낀데.” 문득 행복했습니다.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전하기 위해, 불행에 짓눌린 채 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은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참 아이러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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