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반도체 연합’ 라피더스 “2나노 성공, 자신 있다…한국 간 전문가들 돌아올 것”

2023. 3.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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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고이케 아쓰요시(왼쪽에서 두번째) 라피더스 사장과 다리오 길(왼쪽에서 세 번째) IBM 수석부사장이 차세대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관련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도통신]

[헤럴드경제=김민지·김지헌 기자] “(현재 일본의 반도체기술 수준인) 40나노미터(㎚) 공정에서 2나노 수준으로 점프할 것이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에서 헤럴드경제 취재진을 만난 야스미쓰 오리 라피더스 전무는 “(일본 라피더스가 2027년에 하겠다고 밝힌) 2나노가 현실적으로 (일본에서) 가능하냐”는 질문에 “자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반도체 리더십을 되찾는 데에 일본 반도체 드림팀으로 평가되는 라피더스의 첨단 칩 개발이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최첨단 로직 칩기술의 발전을 낙관하며 “(일본 기술의 발달로) 한국과 대만으로 간 반도체전문가들이 다시 일본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순 차세대 로직 반도체 국산화 양산을 목표로 한 반도체 신설기업 라피더스가 출범했다. 라피더스는 토요타자동차, 소니, 키옥시아 등 일본의 주요 기업 8곳이 출자한 신설법인이다. 2027년까지 슈퍼컴퓨터,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분야 등에서 활용되는 로직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향후 10년간 5조엔(약 48조원)의 설비투자 등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이미 700억엔(약 68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더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라피더스는 2027년에 2나노 이하 제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과 TSMC가 2025년, 미국의 인텔이 2024년 하반기를 목표로 경쟁하는 구도에 본격적으로 일본이 뛰어든 것이다.

야스미쓰 전무는 이날 강연에서 일본의 최신 반도체산업 발전 방향을 설명하며 라피더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TSMC의 구마모토 팹 준공 등을 통한 일본 내 제조설비 확충(1단계) ▷미국과 일본의 협력을 통한 라피더스 2나노 칩 제작(2단계) ▷글로벌 협력을 통해 각종 기술이 융합된 신제품의 출시(3단계) 순으로 일본 산업이 발전되는 중이라며, 2단계인 라피더스를 통한 첨단 칩 생산 과정이 본격화됐다는 점을 부연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IEEE EDTM 2023’에서 패널들이 토의하고 있다. 이병훈(왼쪽부터) 포스텍 교수,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야스미쓰 오리 라피더스 전무, 임성규 조지아텍 교수. 김지헌 기자.
야스미쓰 오리 라피더스 전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홈페이지 캡처]

현재 일본은 첨단 칩공장 건설 등으로 설비 기반을 확충하며 국내 업계에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일본 구마모토현에 TSMC가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4760억엔(약 4조5352억원) 보조를 받은 이 공장 건설은 TSMC의 제조 자회사이자 소니·덴소가 출자한 회사인 JASM이 맡고 있다. 2023년께 제조설비를 반입해 2024년 내 22~28나노와 10나노대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또 TSMC는 1조엔(약 9조7000억원)을 투자해 구마모토현에 2번째 반도체공장을 향후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대 말 완공될 예정인 이 공장은 5나노 혹은 10나노 제조 공정이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라피더스는 회사 설비투자에도 잰걸음이다. 설립 3개월 만인 지난 2월 말 라피더스는 일본 홋카이도 치토세 지역에 첫 생산거점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홋카이도를 방문해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지사에게 이 같은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케 사장은 생산라인 입지를 치토세 공업단지로 결정하며 “물과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국내외 인재가 쉽게 모일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치토세 공업단지는 반도체 수요가 많은 자동차 관련 공장도 다수 운영돼 칩 공급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해진다.

라피더스는 현재 미국과 유럽의 주요 연구단체와 협력하며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나노 기초기술을 이미 개발한 미국 IBM이나 유럽의 세계적인 기술연구소인 아이멕(Imec)과의 협력을 두텁게 구축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40나노급 구세대 양산공장밖에 없어 기술개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변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불거진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기술 추격 속에 한국이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본토에 대한 삼성·SK하이닉스의 반도체공장 건설요건을 까다롭게 제시하며 고민을 키우는 와중에 중국은 자국의 메모리산업 진흥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 국영 투자자들은 490억위안(약 9조2700억원)을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YMTC의 등록 자본금은 1050억위안(약 20조원)으로, 두 배가 됐다. 투자자 중에는 중국의 국가 반도체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대기금)도 있다. 첨단 낸드의 적층 수준인 200단대 제품 양산경쟁을 두고 국내 기업과 YMTC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국내 업계의 긴장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당장 올해 1분기부터 적자를 예상, 메모리시장 악화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일본·대만·한국 반도체 협력체(칩4)’의 구도 속에서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최근 한국 기업의 메모리 수익성이 악화되자 이 기업들에 반도체장비를 파는 일본 기업들의 수출금액이 감소하기도 했다. 공급망 의존 방식에 따라 번번이 손익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일본과 함께 ‘윈-윈’을 모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다툼 속에 한국과 일본이 경쟁하기보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며 기술을 개발하는 대승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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