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강대원 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신부 2023. 3.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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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에서는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일이 많다.

크게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살아있을 때 신앙인으로서 모범이 되는 성인(聖人)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특별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연옥(煉獄)영혼들을 기억하며 그들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천국의 삶을 살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것이다.

광복절, 3·1절, 현충일 등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그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의 삶을 현재에 투영하기 위해 기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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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원 신부 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가톨릭교회에서는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일이 많다. 크게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살아있을 때 신앙인으로서 모범이 되는 성인(聖人)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인들의 천상탄일을 축일 혹은 기념일로 지정해 그분들의 삶을 본받아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다른 한 가지는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특별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연옥(煉獄)영혼들을 기억하며 그들이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천국의 삶을 살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것이다. 두 가지의 차이점이 있지만 가톨릭교회 신자들은 우리보다 먼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많이 기도하고 그분들의 삶을 되새긴다.

우리나라의 여러 국경일 중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시고 자신의 삶을 바친 이들을 기억하는 기념일들이 많은 편이다. 광복절, 3·1절, 현충일 등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그들의 넋을 기리고 그들의 삶을 현재에 투영하기 위해 기념하는 날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날들에 순국선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미사하고 기도한다. 하지만 이번 3·1절만큼은 그 마음이 많이 꺾인 것이 사실이다.

우리 손으로 뽑은 위정자들이 대한민국 사람임을 부정하는 듯한 행동과 말을 했다는 것을 보고 들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살 수 있도록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치셨던 분들에게 한 없이 죄송했다. 과연 우리 선조들의 후손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많은 분이 이미 그 일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보탤 마음은 없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생각해 보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안에 과오가 있다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역사를 거울삼아 현재의 삶을 잘 살아야 한다. 이런 뜻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기, 당시 흐름에 늦었던 우리의 역사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그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나라가 됐다. 과거를 거울로 삼아 노력했던 결과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힘으로 짓누르고 강점했던 나라는 자신들의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왜곡하며 살고 있다. 반성은 커녕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상처받은 우리가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더욱이 그 피해자들이 생존해 계심에도 불구하고 구차한 변명만 일삼고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늘어놓고 있는 이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성경에는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 또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다. 당연히 이웃과 원수를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리 되어야 할 것이다. 완전한 용서를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은 잘못한 이가 마음을 담아 사죄하는 것이다. 두 가지의 노력이 만났을 때 진정한 용서와 사랑이 그 안에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감히 예단컨대 피해자분들은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이미 상처받은 몸과 마음은 그 어떠한 물질적 배상으로도 복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진정한 염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청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빨리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주권의 대리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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