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빨간 풍선’ 홍수현 “매 순간 오늘이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연기했죠”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3. 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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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이 ‘빨간 풍선’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전했다. 사진|FN엔터테인먼트
긴 머리를 과감하게 단발로 자르고, 데뷔 후 처음으로 앞머리를 내렸다. 혹자에겐 그저 스타일 변화일지 몰라도 데뷔 후 20여년간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에 긴 머리를 고수해왔던 그에겐, 그야말로 대변신이었다.

홍수현(42)의 ‘역대급’ 도전이 통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 풍선’(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을 통해서다.

‘빨간 풍선’은 20년지기 친구 한바다(홍수현 분)에게 평생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온 조은강(서지혜 분)이 그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막장 요소’로 불리는 불륜을 메인 소재로 삼았지만 숨막힐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로 입소문을 제대로 탄 이 드라마는 중반부 이후 상승세에 탄력이 붙더니 최종회차가 11.6%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종영했다.

매일 찾는 피트니스센터에서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과감한 시도와, 그만큼의 마음을 담아낸 혼신의 열연은 드라마 ‘대박’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홍수현이 그 자신의 노력으로 스스로에게 건넨 기분 좋은 선물이다.

드라마 종영을 맞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홍수현은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가족들이 좋아하셨다.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고 하시더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작품의 매력은 문영남 표 ‘대본’이었다. 그는 “대본이 너무 재미있고, 다음 회가 기다려졌다. 상투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정말 엔딩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매 회차 엔딩에서 다음 회가 기다려졌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14회에서 콘솔박스에서 남편이 은강에게서 받은 편지를 찢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는 걸 보며 부들부들 떨리는데, 대본을 읽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지더라. 그런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페셔널한 한바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의상, 소품 하나하나까지 스타일리스트와 논의하며 디테일하게 신경썼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과감한 헤어스타일 변신을 감행하게 된 과정도 소개했다. 홍수현은 “(서)지혜가 긴 머리로 간다고 하길래 나는 짧은 게 낫겠다 싶어서 자르고 시작했다. 앞머리를 처음 내려본 건데, 이 짧은 앞머리를 하니 나를 못알아보시더라. 헬스장에서도, 샵에서도 못 알아보는데 왠지 좋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홍수현은 ‘빨간 풍선’에서 프로페셔널한 보석 디자이너 한바다 역을 맡아 멋스러운 스타일을 완성했다. 사진 |TV조선
극중 홍수현은 화려한 외모에 뒤끝 없는 쾌활한 성격을 지닌 보석디자이너 한바다 역을 맡았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지만 결혼식 직전 친정이 망해 우여곡절 끝 고차원(이상우 분)과 결혼한 그는 고된 시집살이를 하는가 하면, 오랜 절친과 남편의 불륜이라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닥뜨리기까지 한다.

홍수현은 한바다의 고조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빌드업’ 해 결정적인 순간, 격정적으로 표현해냈다. 특히 15부 오프닝에선 A4 6장 분량의 ‘원맨쇼’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빨간 풍선’ 최고의 사이다 신을 완성해냈다.

“분량이 워낙 많아 선배님들이 다들 걱정해주셨어요. 사실 외우는 건 괜찮았어요. 그런데 15분 정도 되는 분량을 촬영하며 감정을 계속 갖고 대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상상을 하면서 해야 했죠. 현장에서 다들 응원해주신 힘으로 해낼 수 있었습니다.”

홍수현은 특히 “나는 자신이 있었는데, 무의식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며 해당 장면 촬영 전날 잠을 설쳤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그는 “새벽까지 잠이 안 왔다. 내 무의식은 신경을 많이 썼나보다”라며 “그걸 하고 나서야 잠을 잘 잤다. NG는 한번도 없었지만 내 무의식은 엄청 떨고 있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불륜에 대한 생각을 묻자 단호하게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힘 줘 말한 그는, 불륜 피해자 역할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굉장히 답답하고 속상하니 대사도 잘 나온 것 같다”며 “극 말미 불륜남녀를 혼내줄 때도 더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다는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지금 겪고 계신 분들도 계실테고요. 제가 그분들을 대변할 순 없지만, 15부에서 불륜녀를 응징해주는 모습을 보며 조금은 시원해지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방영 내내 응원을 보내준 시청자에게도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응원이 너무 힘이 됐다. 15부 첫 장면, 혼자 독백하는 장면을 안방에서 조용히 혼자 봤는데, 되게 외로웠다. 대본 혼자 보는 것도 외로웠고, 둘을 상대로 하는 게 외로웠는데 시청자분들이 응원해주시니까 정말 힘이 되더라”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빨간 풍선’ 시청자들의 호평 일색이던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하는지 묻자 홍수현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매운맛’도 잘 맞는다는 평에는 “대사는 내가 따로 연기 안 해도 톤과 마침표만 잘 지키면 됐다. 이런 훌륭한 대본에는 내가 연기를 첨가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문영남 작가의 대본에 대한 무한 리스펙트를 드러냈다.

대본 리딩마다 함께 해준 문영남 작가가 전한 격려와 축하를 떠올리면 그저 뭉클해진다. 그는 “문작가님이 잘 했다고 해주셨다. 잘 해냈다고 문자도 주셔서 감동의 눈물이 찔끔 났다. 정말 감사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홍수현은 특별한 타이틀보다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은 꿈을 밝혔다. 사진|FN엔터테인먼트
1999년 SBS 드라마 ‘고스트’로 데뷔한 뒤 2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뚜렷한 공백 없이 묵묵히 활동해 온 홍수현.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열정의 원동력에 대해 묻자 홍수현은 예의 담담하게 “다들 계속 하시듯”이라고 스스로를 낮추면서도 “할수록 편하고 재미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연기는 해도 해도 재미있어요. 뭔가 마스터한다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다 했다, 이제 끝 이런 게 없죠.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잘 됐다 안 됐다 하고 항상 다르니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또 연습은 거짓말하지 않는구나 싶은 마음도 들고요. 연기는, 재미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 조금 더 성장하고, 그게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것도 즐거움이죠.”

20년도 넘는 긴 세월.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판 그 역시 슬럼프를 겪었다. ‘배우 홍수현’에게 닥쳐온 어려운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자 그는 “뭐든 오래 한 놈은 못 이기더라”며 말을 이었다.

“직업적으로도 고마운 게 있어요. 잘 하면 또 금방 응원을 해주시니까요. 보통 직장인이면 그냥 ‘너 잘하는구나’ 정도일텐데, 우린 많은 환호를 받으니까요. 물론 힘들 땐 그만큼 더 힘들죠. 하지만 연기 하면서 또 희망을 찾게 되고, 좋은 작품 만나면 시청자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그게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긴 시간 배우로 활동하며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지만,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대한 열망은 여전했다. 특히 ‘빨간 풍선’에서 처절하게 버림받은 인물을 연기한 만큼 반대급부로 “사랑받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배시시 웃은 홍수현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가 열연한 서래 같은 “단순하지 않고 어려운 역할을 소화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늘 그래왔듯, 지금도 홍수현은 “좋은 작품을 만나는” 꿈을 꾼다.

“저는 좋은 작품을 만나면, 또 내일 죽을 것처럼 할 거에요. 인간 홍수현으로선 알아서 잘 살고 있으니까, 좋은 작품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화려한 타이틀은 필요 없어요. 좋은 배우, 항상 새롭고, 연기 잘 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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