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남진, ‘둥지’ 작곡·작사가 김동찬과 신곡 ‘밥사는 사람’ 낸 사연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 ‘나눔의 삶’
100만 그릇 밥 사는게 목표인데
70만끼 밖에 못 샀다며 아쉬워 해
받는 것 보다 주는 행복이 크다며
끊임없는 나누는 회장님,
노래 부를때마다 가슴이 울컥해요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 이야기다. 1999년부터 거붕백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백 회장은 경기도 화성시 화도중학교 등 비영리법인 3개와 영리법인 6개를 소유하고 있다.
백 회장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전남 순천의 부잣집 아들 출신이지만 그 말을 제일 싫어한다. 가진 게 많아서, 남들에게 돈 쓰는 것을 과시하려고 밥을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과거엔 “저 사람은 봉인가”라는 오해도 받았지만,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커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누고 산다.
●“밥 사는 즐거움, 사람의 가치가 가장 중요”
사실 백 회장의 ‘나눔’ 실천은 의료와 교육 사업이 기본이다. 가족, 친구라고 부르는 내 사람부터 나아가 더 많은 이들에게 조금 더 살기 좋은 환경과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어서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 가운데 거붕백병원과 화도중학교에 가장 신경을 쓰고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 회장은 1969년 미국 선교사이자 정형외과 의사인 미국인 시블리 박사가 세운 거제기독병원이 모태인 거붕백병원을 인수하면서 지역 의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거붕백병원에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규 병동 및 환자 부대시설 확장했다. 9월이면 500병상 시설을 갖추고 연간 외래환자도 40만 명이나 된다.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거제 외에 전남 순천 등에 복합의료산업단지도 추진하고 있다. 또 2005년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린 화도중학교를 인수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특성화 교육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백 회장의 ‘무한도전’에 가까운 사회적 실천은 사람을 중요시하는 그의 철학에서 나온다.
“하하! 어릴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가장 컸죠. ‘아들아, 너는 밥을 얻어먹지 말고 밥을 사람이 사는 되라’고요. 사람들과 한 끼 같이 하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동정을 살피라고요.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도 말라고 했어요. 서로 연을 맺고 밥을 먹는다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밥은 나눈다는 의미에요.”
백 회장이 생각하는 ‘의미’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봐 준 곳은 다름 아닌 대만이다. 역시 ‘밥 인연’ 덕분이다. 그는 국내에서 ‘대만통’으로 불리고, 대만에선 ‘국빈’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다. 1992년 대만과의 단교 당시 중국어 한 마디 못하면서도 대만 외교관들과 며칠씩 통음(痛飮)을 함께 하며 배신감과 울분을 달래주는 백 회장의 진심에 대만 사람들도 감탄했다. 지금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사절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고 서울·타이베이클럽의 회장도 맡고 있다. 이런 공로로 중화민국 경제훈장, 중국문화대학 명예경영학 박사, 입법원 외교영예훈장 및 외교부 외교훈장, 입법원 외교최고영예훈장 등 민간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받았다.
“대만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사람을 그 자체로 보거든요. 사회적인 지휘나 겉치레 등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요. 저도 ‘신의’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대만사람들도 신의로 사람을 사귀면 끝까지 지킵니다.”

백 회장 곁에는 항상 사람이 넘쳐난다.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만 6000개가 넘었다. 그들 가운데 ‘트로트 황제’ 남진과 인기 작곡·작사가 김동찬은 의형제 사이다. 세 사람은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며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진한 사랑과 우정으로 뭉쳤다. 큰형이 남진, 둘째 형은 김동찬 작사가이다.
최근 가수 남진은 신곡 ‘밥사는 사람’을 발표하고, 어딜 가나 노래에 얽힌 사연을 풀어놓는데 여념이 없다. “죽을 때까지 100만 그릇의 밥을 사는 게 목표인데 70만끼 밖에 못샀다”는 백 회장의 진솔한 삶을 조금이라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다. 곡은 남진의 ‘둥지’, 송대관의 ‘네박자’ 등 히트곡을 만든 김동찬이 작사와 작곡을 했다.
“백 회장이 우리보다 나이는 적어도 영향력을 많이 끼친 사람이에요. 솔직히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내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형제들끼리도 작은 것 하나 때문에 싸우기도 하는데, 그는 끊임없이 나눠요. 백 회장 아들이 몇 년 전 결혼했는데, 우리 둘한테도 예단을 보내는 것도 부족해 시댁 어른이라며 폐백 인사까지 받으라고 하더군요. 아, 이 사람 ‘진짜’구나.”(김동찬)
김 작사가가 백 회장을 위한 곡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백 회장의 건강이 나빠져 “이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판단해 단숨에 곡을 썼다. 남진도 “큰형인데 당연히 내가 불러야제”하고 나섰다. 그는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프랑스 샹송을 100번 이상 들었다.
“지난해 12월 31일 백 회장 생일 모임에서 노래를 처음 공개했어요. 부르면 자꾸 눈물이 나요. 단순히 가사를 전달하는 가수였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그 사람의 삶을 그대로 옮겨 적은 가사를 떠올리니 울컥, 울컥해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노래를 불러봤는데 들을 때마다 느낌도 다르고, 제가 들어도 딴 사람이 부른 것 같아요.”(남진)
주위에서 백 회장에게 밥 한 끼라도 대접받은 사람들은 “이제 우리가 형님한테 진 빚을 갚을 테니 건강만 하라”고 응원하고 있다.
“아주 잘 살았나 봐요. 어느 날 마누라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굉장히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백 회장)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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