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검찰 멤버’ 임명 1년새 70여명…밥 총무에 카풀 인연까지
20여개 기관 두루 중용…장·차관급만 13명
학연·검연 얽힌 윤석열 사단…국정 난맥 우려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제기되어 온 ‘검찰공화국’ 우려가 현실화되기까지 불과 1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 만에 공직사회 도처에 검사들이 자리 잡으면서, ‘검사동일체’의 강고한 조직 논리가 국가 운영 시스템을 대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사 추천부터 검증·임명까지 이어지는 공직사회 인선의 과정을 검찰 출신들이 모두 장악하면서, 합리적인 토론과 외부 견제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이는 다시 검사 출신의 동종교배를 강화하는 구조적 배경이 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검찰 몰입 인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당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법무부, 금융감독원,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등 20여개 기관에서 검찰 출신 인사들을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부처에 파견된 현직 검사를 포함하면, 최소 70여명이 공직사회 전반에 포진한 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민식 국가보훈처 처장 등 장차관급 인사만 13명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 내에서 돋보이는 자리를 차지한 검찰 출신 인사의 공통점은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40년 지기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석동현 사무처장이 대표적이다. 석 처장은 최근 논란을 빚은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에 “식민 지배받은 나라 중에 지금도 사죄나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있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완규 법제처장 역시 윤 대통령 사법연수원 동기로, 윤 대통령 장모의 형사 사건 및 윤 대통령 본인의 징계취소 소송을 대리했던 ‘특수관계인’들이다.
검찰청 ‘근무 인연’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집권 초기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던 검찰 출신들이 눈에 띄는 인사로 공직사회의 주요 거점을 장악해 ‘검찰 독식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 국정원 댓글 수사 등을 함께 한 ‘윤석열 사단 막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당시 ‘전국 수석 부장검사’인 형사1부장으로 일한 김남우 국정원 기조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전임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역시 윤석열 사단 검사로, 2006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수사를 하면서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변호사 시절에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맡기도 해 ‘보은 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대통령실 주요 보직은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의 진용을 통째로 이식한 수준이다.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연구관이었고, 성비위 전력으로 논란을 빚은 윤재순 총무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운영지원과장이었다.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강의구 부속실장 역시 각각 대검 사무국장과 검찰총장 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다.
이 밖에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으로 좌천됐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국정원 댓글 수사 뒤 좌천된 윤 대통령과 대구고검에서 만나 ‘밥 총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다 검찰에서 나온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선거캠프에서 참모 역할을 맡았다. 최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는 윤 대통령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같은 청 인권감독관으로 일했다.
법무부에는 자연스럽게 최측근 한동훈 장관을 필두로 윤석열 사단이 대거 포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검찰화’를 표방하며 임기 동안 법무부 장관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1주일 만에 ‘심복’인 한 장관을 임명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 시절 ‘카풀 인연’으로 알려진 이노공 전 성남지청장을 차관으로 임명했다.
전 정부에서 탈검찰화를 시도한 주요 보직에도 검사들이 다시 자리했다. 법무실장에 김석우 전 서울고검 검사, 법무심의관에 구승모 전 남양주지청장을 임명했다. 비검찰 출신이 자리했던 일부 법무부 과장 자리도 검사들로 채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전 정부에서 임명된 위은진 전 인권국장은 최근 “일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직무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일부 직책에도 검찰 출신 인사들을 고집하며, 검찰공화국의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지난달 전주지검 군산지청 부장검사 등을 지낸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자리에 검사 출신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 자리에는 우재훈 검사가 파견됐다. 현직 검사가 장관 교육부 정책보좌관으로 파견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검찰 수사관 출신 박경오씨가 서울대병원 감사에 임명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검찰 만능주의’ 인사가 현재진행형이며 미래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을 전공을 가리지 않고 공안·기획 등 주요 포스트에 앉히는 독식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노골적 특수부 편중 인사에 반발한 검사 60여명이 줄사표를 쓰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검찰 전직 간부는 “윤 대통령은 인사권이 없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도 자기 사람들로만 주요 간부진을 꾸렸다. 원래 자기 사람만 믿고 쓰는 사람”이라며 “당시에도 ‘편중 인사’ 비판이 많았지만, 윤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본인의 확고한 성향이 있고 잘 바뀌지 않는다. 당분간 정부 부처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 인사를 계속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내년 4월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내각을 장악한 검찰 출신들이 입법부로도 대거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식 회전문 인사검증 시스템도 문제다. 최측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통솔하는 인사정보관리단에 인사검증 권한을 맡기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를 등용하는데, 검찰 출신이 인사를 추천하고, 검찰이 검증하는 구조를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이같은 배타성·폐쇄성은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라는 인사참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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