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환자다”… 72년간 재위한 임금을 괴롭힌 통풍

17세기에서 18세기 초까지 프랑스 국왕을 지냈던 루이 14세(1638~1715년). 그는 63세에 대관식 예복을 입은 화려한 초상화를 남겼다. 조선시대로 치면 숙종 때다. 루이 14세는 다섯 살에 왕위에 올라, 재위 기간이 72년이다. 평생 왕이었다. 그는 국왕의 권력은 신으로부터 받았다며,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루이 14세 초상화를 그린 이는 이아생트 리고로 귀족 초상화 전문 화가였다. 그림 대상의 의상 및 사회적 배경을 정확히 묘사하여, 현대 패션 사진의 기원으로 불린다. 루이 14세는 정면으로 서지 않고, 몸을 왼쪽으로 살짝 틀고, 시선은 내려다보고 있다. 신이 인간을 상대하는 느낌을 준다. 인물 주변은 군주의 휘장과 상징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 초상화에는 루이 14세가 오랜 기간 극심하게 시달린 통풍이 감춰져 있다. 춤을 좋아했던 왕답게 싱싱한 다리가 드러났지만, 오른발은 그림자에 가려 어둡게 보인다. 통풍으로 서 있지도 못하는 상태였지만, 지팡이로 교묘하게 권위를 살렸다.
중세 유럽의 왕들을 그린 그림에는 통풍에 걸려 발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예전에는 왕이나 소수 귀족만 고기와 술을 맘껏 먹었을 것이다. 거기서 나오는 대사 물질 요산이 과도하게 축적된 것이 통풍이기에, 왕의 병으로 불렸다.
요즘은 누구나 왕처럼 먹어서인지, 해마다 환자가 늘면서 2021년 49만여 명이 통풍이다. 김성권 서울대의대 신장내과 명예교수는 “통풍은 당뇨병, 고지혈증 등 여타 만성질환 발병 위험과 연결된다”며 “통풍 환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대사 증후군도 앓고, 반대로 대사 증후군이 있는 젊은 남성은 통풍 위험이 2.4배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통풍은 단지 발가락 관절 질환이 아니다”라며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동맥경화증 위험도 증가하여 통풍 환자는 심혈관 질환 발생 여부를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왕처럼 살면 일찍 죽는다. 루이 14세는 “짐이 곧 환자다”라고 현대인에게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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