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없었다 … 尹心에 밀린 안철수, 다시 위기의 계절

우제윤 기자(jywoo@mk.co.kr),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2023. 3. 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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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전당대회
결선 실패로 향후행보 안갯속
의미있는 2등도 사실상 불발
대통령실과 갈등 후폭풍 예고
'천아용인' 최고위원 입성 못해
이준석 정치적 입지도 타격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했던 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왼쪽부터)가 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있다. <김호영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가 8일 1차 투표에서 탈락하면서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해 향후 그의 정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 역시 전멸하면서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친이계 정치 신인들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질 전망이다.

당초 안 후보 캠프의 전략은 결선투표까지 가서 승리하거나 지더라도 의미 있는 숫자로 패배하는 것이었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합당한 지 1년도 안 돼 당원들에게 '한 식구'라는 인상을 주기엔 짧은 시간이었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승부를 결선까지 끌고 가 확장성을 통해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어 이기는 것이 최선, 지더라도 박빙으로 패배하는 '졌잘싸' 결과를 받는 것이 차선이었다.

하지만 결선투표까지 가지 못한 것은 물론 김기현 신임 대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득표를 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석이다. 아무리 당내 경선이라지만 안 후보가 전국적 인지도 면에서 볼 때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공격해온 김 대표에게 큰 차이로 패했다는 점이 뼈아픈 부분이다.

향후 행로도 첩첩산중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후보는 대통령실과 계속해서 갈등을 빚었다.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당심이 주류를 차지한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공격은 안 후보에게 큰 부담이 됐다. 반대급부로 대통령실의 공세가 지나치다고 본 비윤계 표심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천하람 후보의 등장으로 일부를 빼앗겨버렸다. 대통령실의 저격으로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이란 위치에서 '국정 운영의 적'이란 낙인이 찍혀버리면서 활동 반경이 극도로 위축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특히 안 후보는 황교안 후보와 손잡고 대통령실 행정관 전당대회 개입 의혹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대통령과 척을 지는 것은 국민의힘 당심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이어서 안 후보 캠프는 윤핵관이나 윤안연대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대통령실 요구를 수용해 왔으나 마지막에는 결국 대립각을 세워버린 것이다. 공수처 수사 결과에 따라 대통령실과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일이 커질 경우 당원들로부터 '내부 총질'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안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결과에 승복했다. 그는 "당원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총선 승리의 무거운 책임을 맡게 된 김기현 대표께 축하와 함께 응원을 보낸다"며 "전당대회는 끝났다.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전당대회가 친윤계 후보들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이 전 대표의 당내 입지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이른바 '천아용인'으로 불리던 이준석계 후보들이 단 한 명도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 대표에 도전한 천 후보는 '실버크로스'를 확신하며 결선 진출을 노렸지만 14.98%(6만9122표)를 득표하는 데 그치며 3위에 머물렀다. 최고위원에 도전한 김용태 후보와 허은아 후보도 각각 10.87%(9만9115표), 9.90%(9만276표)를 득표하며 6·7위에 그쳤다. 이기인 후보도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 2위(18.71%·8만4807표)를 기록했지만 1위인 장예찬 최고위원의 득표율(55.16%)에 크게 못 미쳤다.

이 전 대표는 앞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상황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빗대며 '천아용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당원들은 '엄석대' '엄석대 핵심 관계자' 등 이 전 대표의 비유에 공감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당원들이 '이준석계'를 '개혁보수'가 아닌 '내부 갈등을 유발하는 세력'으로 판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달 동안 네 후보를 지원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며 "지지해 주신 당원들에게 감사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더 정진하겠다"고 간단한 소회를 밝혔다.

천 후보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분노의 정치 대신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보수를 만들고 싶었다"며 "보수정치가 과거로 퇴행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계속 걸어가겠다. 당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용태 후보도 "전당대회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우제윤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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