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실패한 안철수의 미래…'비윤 존재감' 키우며 대권도전?

[국민의힘 전당대회] 黃과 막판에 연대 꾀했으나 친윤 공세에 밀려
비윤 대표성 확보·대통령실 개입 논란 등 '존재감 키우기' 나설듯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3.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잠재적 대권주자인 3선 중진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8일 당대표 경선에서 끝내 고배를 마셨다. '김기현 후보의 울산 부동산 투기 의혹'과 '대통령실 행정관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고리로 황교안 후보와 손을 잡았지만,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김 후보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다만 입당 1년 만에 당대표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하고 비윤(비윤석열)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안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 이후에도 두 의혹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안 후보는 전체 당원 83만7236명 중 46만1313명(55.10% 투표율)이 참여한 투표에서 23.37%를 얻어 2위를 기록했다. 김 후보는 52.93%를 득표해 결선 없이 1차 투표에서 '압승'을 거뒀다.

나경원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나 전 의원 표심을 흡수하며 상승세를 누렸던 안 후보가 고전을 겪은 데는 '윤심'과 이준석계 사이 지점에 자리를 잡으면서 선명도와 신선도가 반감했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적을 여러 차례 옮겼고, 민주당 출신이라는 김 후보의 정통성 공격도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아무 말도 안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는 이진복 정무수석의 경고에 맞대응 하지 못했고, 큰 선거를 여러 번 치른 경험이 있는데도 TV토론 등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심이 김 후보에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안윤(안 후보-윤 대통령) 연대'를 과도하게 부각했고, 차기 대선 주자로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 안 후보 구도'를 통해 본인의 강점을 내세울 수 있었는데 김 후보와의 경쟁 구도만 강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공세 속에도 당대표 경선을 끝까지 완주하면서 그동안 따라붙은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벗었고, 막판 대통령실 행정관 선거 개입 의혹을 집중 공격하며 비윤 대표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 후보는 전당대회 이후에도 계속 공세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황 후보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 전대가 끝나더라도 이 일에 대해서 원인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만큼 내년 총선 이후 당 재편 과정에서 비윤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후보가 당대표 선거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 대립하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줬다고 볼 수 있다"며 "정권 말기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안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구축한 비윤 이미지가 부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 레임덕은 생로병사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떄문에 시간이 흐르면 레임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전대를 통해 비윤 대표성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선 성과"라며 "내년 총선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차기 주자들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이 재편될텐데 이때 쓸 수 있는 자산을 쌓은 것"이고 평가했다.

angela02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