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무에 中동포 투입…해외건설 파견자엔 주택 특별공급
인력 부족한 조선 현장 위해
비전문 외국인 비자쿼터 신설
택시 운전사 자격증 없어도
플랫폼 회사 통해 운행 가능

지난해 일자리가 있는데도 근로자를 채용하지 못해 발생한 '빈 일자리'가 18만5000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가 구인난과 구직난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가 극심한 6대 업종을 선정해 집중 지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외국인력을 동원하는 단기 대책에 그치면서 보다 장기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고용노동부는 제조업과 물류·운송, 보건·복지, 음식점업, 농업, 해외 건설 등을 미충원 인원이 많고 현장의 어려움이 큰 6대 업종으로 선정하고 주관부처 지정 등 전담 관리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일자리 미충원 인원이 18만5000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전체 구인 인원 120만6000명 대비 미충원율이 15.4%에 달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세부 업종별로 제조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는다. 지난달 조선업 분야 원·하도급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상생협약 이행을 골자로 인력 유입과 유지, 양성을 지원한다. 또 원활한 외국인력 공급을 위해 2년 한시로 '조선업 전용 외국인력 쿼터'를 신설한다. E9 비자를 받은 외국인력 중 제조업 분야에 배정된 7만5000명에서 5000명가량을 조선업에 배치해 인력 수급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뿌리산업은 50인 미만 제조 업체에 청년내일채움공제(2년 근속 시 1200만원 지원), 청년재직자내일채움공제플러스(3년 근속 시 1800만원 지원) 등의 사업을 집중해 우수 청년인력의 장기 근속을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물류·운송업과 해외 건설업 지원에 나선다. 택시 기사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택시의 '선운행 후자격' 취득을 추진하고, 중형 택시에서 대형 승합·고급 택시로의 전환 절차를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개선한다. 다만 택시 운전 미자격자를 택시 운송 업무에 투입하는 데 따른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는 취업 지원자의 결격 사유 여부를 살핀다는 설명이다. 선운행 후자격 취득 적용 대상을 플랫폼 택시로 한정하는 것도 운전자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특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물류·택배의 경우 작업자의 노동 강도를 완화하기 위해 자동화 설비 구축 지원을 확대하고, 인력난이 심한 분류 업무에 방문취업 동포(H2 비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해외 건설 분야에서는 해외 오지에 파견돼 장기간 근무한 근로자에게 주택 특별공급 기회를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지원할 방침이다.
음식점업과 농업 분야 구인난 해소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맡는다. 재외동포(F4 비자)에게 주방 보조원, 음식서비스 종사원 등 단순 노무 취업을 허용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외국인 유학생(D2 비자)의 시간제 취업 허용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어학연수·전문학사·학사과정의 경우 주중 20시간, 석·박사과정의 경우 주중 30시간 일할 수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2027년까지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하기 위해 올해 4000명을 새로 선발하고 창업 준비 단계부터 성장까지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노인 돌봄 사업에 집중한다. 연내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과 수급 방안을 마련하고, 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교육 후 관리 업무를 맡기는 승급제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수급자 대비 요양보호사 비율을 2.5대1에서 2.3대1, 2.1대1로 상향 조정해 업무 강도 완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이 외국인력 채용을 통해 당장 필요한 수요를 맞추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근본적인 인력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작업 환경과 임금 구조, 하도급 구조 등의 개선과 함께 인력 양성 등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채용 확대가 현실적 대안인 점은 맞지만 이들이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갈 때 기술력이 승계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산업 생산성 향상은 필수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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