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땅'에 '대통령실 개입의혹'까지…與, 네거티브 후유증 우려
"전당대회 아닌 분당대회" 자조도…뚜렷해진 계파 갈등, 총선 악재 가능성
(고양=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8일 김기현 신임 당대표 선출로 약 한 달간의 레이스를 마감했지만, 후보들 간의 날 선 비방전은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각종 네거티브에 고발·수사의뢰 등 사법조치까지 난무해 '분당대회'가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전당대회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전당대회 레이스 초반에는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던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한 비방전으로 시끄러웠다.
김 대표를 지원해온 당내 친윤(친윤석열계)그룹은 "반윤(반윤석열) 우두머리", "유승민의 길" 등의 발언으로 나 전 의원에 십자포화를 퍼부었고, 초선의원 50명은 이에 동조해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이 같은 행태에 당 안팎에선 '집단린치'라는 표현까지 나왔고, 결국 나 전 의원이 "당의 분열과 혼란을 막겠다"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본 경선에 들어가서는 보수정당 당대표 경선에 때아닌 '이념 갈등'이 불거졌다. 공격은 당적을 여러 차례 바꾼 안철수 후보를 향했다.
김 대표는 '간첩', '신영복',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햇볕정책' 등 이념적 색채가 강한 사안에서 안 후보의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며 "민주당 DNA"라고 비판했고, 정통 보수를 자임한 황교안 후보 역시 안 후보 공격에 가담했다.
안 후보측은 '대선 후보 단일화 때에는 왜 아무 말 안했나'라며 과거 발언을 꼬투리 잡아 비방한다면서 '색깔론' 공세라고 비판했지만, 김 후보측은 보수 정당 대표 자리에 맞는 지를 확인하는 '정체성 검증'이라고 맞받았다.
전대 레이스 중반부터는 김 대표의 '울산 KTX 역세권 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을 놓고 김 후보 대 안·천·황 후보간 뜨거운 비방전이 이어졌다.
2007년 울산KTX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당초 계획과 달리 울산KTX역 인근에 있는 김 후보 소유 임야를 지나도록 휘었고, 이 과정에서 김 후보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황 후보는 첫 당대표 TV 토론회에서 해당 의혹을 제기하며 김 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황 후보뿐 아니라 안 후보와 천하람 후보도 각각 "대장동 판박이", "울산의 이재명"이라며 의혹제기에 가세했다.
김 대표가 직접 기자회견을 자처해 해명하고, 당 선거관리위원회도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특정 후보를 공격하지 말라"며 공개 경고했지만, 경쟁 후보들의 울산땅 의혹 제기는 경선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민주당도 '김기현 의원 땅 투기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공세에 나섰다.
결국 김 대표는 안·황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 황운하·양이원영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향후 김 대표의 수사 의뢰 결과나 민주당 진상조사단 활동에 따라 울산 땅 의혹 관련 여진이 생길 가능성도 남아 있다.
레이스 막판엔 대통령실 행정관들이 SNS 단체대화방을 통해 김 대표 지지활동을 했다는 논란으로 후보들 간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전대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오던 안 후보 측은 '대통령실 행정관들의 전당대회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전격 고발했다.
안 후보와 황 후보는 전당대회 하루 전인 7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고, 김 대표가 "막장 내부총질"이라고 맞받아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특히 안 후보는 기자들이 '경선 불복' 가능성을 묻자 "수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즉답을 피했고, 황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사퇴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대여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전당대회 이후에도 낙선한 후보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뚜렷해진 당내 친윤 주류세력과 안 후보, 이준석계 천 후보 등 비주류 사이의 계파 갈등이 제대로 봉합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 예상치 못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개혁보수' 성향의 안·천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세를 입증한 만큼, 내년 총선 수도권 공천 등을 놓고 김 대표에게 '숙제'가 주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당 원내 인사는 "선거 속성상 분위기가 과열될 수밖에 없지만, 당내 경선에서 사법 조치까지 이어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새 지도부가 출범된 만큼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당내 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합·통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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