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5천개 ‘빈 일자리’에 외국인·노인·로봇…처우 개선은 ‘찔끔’

방준호 2023. 3. 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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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빈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노동자가 빈 일자리를 찾지 않는 이유로 '임금 수준'이나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을 꼽았지만,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보다 외국인, 특성화고 학생, 고령자, 로봇 등 당장 빈 일자리를 메울 '노동력 풀'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 단기 대책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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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장관회의 ‘빈 일자리’ 해소방안
이정식 고용노동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빈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노동자가 빈 일자리를 찾지 않는 이유로 ‘임금 수준’이나 ‘열악한 근무 환경’ 등을 꼽았지만,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책보다 외국인, 특성화고 학생, 고령자, 로봇 등 당장 빈 일자리를 메울 ‘노동력 풀’을 확보하는 데 집중한 단기 대책 성격이 짙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8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조선, 뿌리 산업(금형·주조 등 소규모 제조산업), 택배, 운송, 돌봄, 음식점, 농업, 해외 건설 등 인력난에 시달리는 산업을 중심으로 ‘빈 일자리 해소방안’(해소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노동자를 구했지만 채용하지 못한 인원을 의미하는 미충원 인원은 지난해 3분기 18만5천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를 보면, 인력을 채우지 못한 가장 큰 사유는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의 불일치’(28.1%)였다.

노동부 역시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뿌리 산업)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노인 돌봄) 등 일자리의 열악한 상황을 노동자 미충원의 근본 원인으로 짚다. 그럼에도 해소방안은 일자리 상황을 개선하기보다 이런 일터를 견딜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거의 모든 업종에 포함된 ‘외국 인력 공급 확대’가 대표적이다. 조선업은 기업별 외국 인력 도입 허용 비율을 높이기로 했고, 음식점 또한 외국인 유학생의 시간제 취업 허용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택배산업의 경우 지역 유휴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실버 근로단체(노인단체)와 연계해 고령층을 유입하고, 음식점업의 경우 서빙과 조리 등 로봇 보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직업계고 학생의 경우 ‘도제준비과정’을 신설해 1학년 때부터 일·학습 병행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2~3일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날은 회사에서 일하는 제도인 도제학교는 인력난에 처한 업체의 단순·반복 업무에 학생을 노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아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도제준비과정은 1학년 때부터 일터에서 일하는 것이라기보다 도제학교를 더 많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알려주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많은 직업계고 학생이 선택하는 현장 실습에 견줘 근로감독이 이뤄지는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일자리 여건을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대책은 이미 있는 정책이거나, 기존 제도를 다소 확대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납품대금 연동제’를 통한 중소기업 임금 지불 능력 개선(재발표), 중소기업 청년 노동자의 자산 형성을 위한 ‘청년 내일 채움 공제’의 소규모 제조업 집중 지원(일부 확대) 등이다. 가령 심각한 구인난을 겪는 조선업의 경우 원·하청 임금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주요 정책으로 ‘조선업 상생 패키지 지원사업 추진 계획’을 따로 내놓았는데, 신규 노동자에게 1년 600만원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조선업 희망공제’를 재직자에게 확대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이번 대책 또한 빈 일자리가 생긴 근본적인 이유인 열악한 일자리를 낳는 기업과 산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지 않은 채 대증적인 접근에 그쳤다”며 “공공 중심의 체계화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고 그에 걸맞은 임금과 노동 조건을 마련하는 선순환을 이루지 못하면, 효과 없는 대책 발표만 반복될 뿐 빈 일자리와 미스매치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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