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개 유적은 구석기 시대 테크노폴리스…‘슴베찌르개 로드’ 그리는 것이 목표”
청주=이소연 기자 2023. 3. 8. 14:46
‘단양 수양개 유적’ 발굴 40주년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
올해 수양개 유적 발굴 40주년을 맞아 충북 청주시 충북대 박물관에서 6일 만난 이 교수는 전시실에 놓인 슴베찌르개 25점을 가리키며 “모두 40년 전 나와 내 제자들이 수양개 유적에서 함께 발굴한 유물들”이라며 “모든 공을 나를 믿고 같은 길을 걸어준 제자들에게 돌리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2007년 충북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재단법인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을 설립해 여전히 발굴 조사와 학술대회를 총괄하고 연구 보고서와 논문을 쓰는 현직에 있다. 수양개 유적을 포함한 선사유적 51곳을 발굴해 한국 구석기 문화의 체계를 갖춘 공로로 2015년 옥관문화훈장, 2016년 용재학술상을 받았다.
수양개 유적은 ‘한국 구석기 연구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반도에는 구석기 시대가 없다”는 일제의 식민사관을 뒤엎었을 뿐 아니라 미개하다고 여겨졌던 구석기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수양개 1지구에서는 석기 제작소만 49곳이 나왔다. 정교하게 정형화된 석기의 형태에 미뤄 어쩌다 석기 한 점이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계획된 대량생산 체계가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구석기인들은 미개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규격화한 슴베찌르개가 서로 다른 문화층에서 110여 점 가까이 나왔다는 것은 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 집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존재했다는 얘기입니다. 수양개 유적은 구석기 시대의 테크노폴리스였습니다.”
그는 발굴에서 멈추지 않고 수양개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의 연구 성과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1996년부터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폴란드, 이스라엘 등 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16차례 이 학술대회를 열어 181개국에서 학자 486명이 참여했다. 이 교수는 “발굴조사 보고서 하나 냈다고 연구가 끝나는 게 아니다. 나의 목표는 수양개 유적의 학술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2021년 12월 ‘한국 단양지역 수양개 구석기 유적지의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값’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수양개 6지구에서 발굴된 슴베찌르개의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4만6000년 전의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슴베찌르개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이다.
국제학술대회로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꾸준히 밝힌 덕분일까. 일본 국립후쿠오카박물관은 전시물을 ‘수양개 슴베찌르개가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구석기 사냥 도구의 기원이 수양개 유적에서 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더 나아가 세계 학계에서 ‘슴베찌르개 한반도 기원설’이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0년을 수양개 유적에 바친 그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실크로드처럼 수양개 유적에서 제작된 슴베찌르개가 일본과 중국 등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간 경로를 파악하는 ‘슴베찌르개 로드’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생각해 보니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나는 아직도 현역”이라고 했다.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유적은 반드시 발굴해 후대에 알려야겠다는 사명감뿐이었어요. 그때 제가 수양개 유적을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면 이 유적은 충주댐 건설로 물 속에 잠겨 빛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4만6000년 전 만들어진 세계 최고(最古) 슴베찌르개가 출토된 충북 단양 수양개 유적은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82) 덕분에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충북대 박물관팀을 이끌고 충주댐 수몰지역 조사에 나선 이 교수는 1980년 7월 이틀 동안 750㎜가 쏟아진 폭우를 뚫고 수양개 유적을 처음 발견했다. 1983년 3월 충북대 박물관장을 맡은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수몰 위기에 놓인 수양개 유적을 ‘발굴 대상 지역’ 목록에 올린 것이었다. 42세 때 조사단장으로 시작한 첫 발굴은 그가 74세가 된 2015년까지 이어졌다. 총 13차례 넘는 발굴로 출토된 유물은 10만여 점에 달한다.
4만6000년 전 만들어진 세계 최고(最古) 슴베찌르개가 출토된 충북 단양 수양개 유적은 이융조 충북대 명예교수(82) 덕분에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충북대 박물관팀을 이끌고 충주댐 수몰지역 조사에 나선 이 교수는 1980년 7월 이틀 동안 750㎜가 쏟아진 폭우를 뚫고 수양개 유적을 처음 발견했다. 1983년 3월 충북대 박물관장을 맡은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수몰 위기에 놓인 수양개 유적을 ‘발굴 대상 지역’ 목록에 올린 것이었다. 42세 때 조사단장으로 시작한 첫 발굴은 그가 74세가 된 2015년까지 이어졌다. 총 13차례 넘는 발굴로 출토된 유물은 10만여 점에 달한다.
올해 수양개 유적 발굴 40주년을 맞아 충북 청주시 충북대 박물관에서 6일 만난 이 교수는 전시실에 놓인 슴베찌르개 25점을 가리키며 “모두 40년 전 나와 내 제자들이 수양개 유적에서 함께 발굴한 유물들”이라며 “모든 공을 나를 믿고 같은 길을 걸어준 제자들에게 돌리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2007년 충북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재단법인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을 설립해 여전히 발굴 조사와 학술대회를 총괄하고 연구 보고서와 논문을 쓰는 현직에 있다. 수양개 유적을 포함한 선사유적 51곳을 발굴해 한국 구석기 문화의 체계를 갖춘 공로로 2015년 옥관문화훈장, 2016년 용재학술상을 받았다.
수양개 유적은 ‘한국 구석기 연구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반도에는 구석기 시대가 없다”는 일제의 식민사관을 뒤엎었을 뿐 아니라 미개하다고 여겨졌던 구석기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수양개 1지구에서는 석기 제작소만 49곳이 나왔다. 정교하게 정형화된 석기의 형태에 미뤄 어쩌다 석기 한 점이 우연히 만들어진 게 아니라 계획된 대량생산 체계가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구석기인들은 미개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규격화한 슴베찌르개가 서로 다른 문화층에서 110여 점 가까이 나왔다는 것은 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인 집단이 오랜 시간에 걸쳐 존재했다는 얘기입니다. 수양개 유적은 구석기 시대의 테크노폴리스였습니다.”
그는 발굴에서 멈추지 않고 수양개 유적에서 발굴된 유물의 연구 성과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1996년부터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까지 매년 ‘수양개와 그 이웃들’이라는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러시아 폴란드, 이스라엘 등 외국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16차례 이 학술대회를 열어 181개국에서 학자 486명이 참여했다. 이 교수는 “발굴조사 보고서 하나 냈다고 연구가 끝나는 게 아니다. 나의 목표는 수양개 유적의 학술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은 2021년 12월 ‘한국 단양지역 수양개 구석기 유적지의 방사성탄소 연대 측정값’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수양개 6지구에서 발굴된 슴베찌르개의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4만6000년 전의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계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슴베찌르개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이다.
국제학술대회로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꾸준히 밝힌 덕분일까. 일본 국립후쿠오카박물관은 전시물을 ‘수양개 슴베찌르개가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구석기 사냥 도구의 기원이 수양개 유적에서 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며 “더 나아가 세계 학계에서 ‘슴베찌르개 한반도 기원설’이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0년을 수양개 유적에 바친 그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고 했다. “실크로드처럼 수양개 유적에서 제작된 슴베찌르개가 일본과 중국 등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간 경로를 파악하는 ‘슴베찌르개 로드’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생각해 보니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나는 아직도 현역”이라고 했다.
청주=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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